김헌수-전략인재연구원대표.jpg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
계묘년 토끼해의 희망찬 새해 모두가 건강과 무탈한 한해를 소망합니다. 지난달 모 일간지에 '빅테크 천국 대만, 규제 묶인 韓 제쳤다', '中企 회생보다 차라리 파산'이라는 기사가 연초부터 우리 경제에 3고(高) 고금리·고물가와 고환율, 3고(苦) 물가와 금리, 원화 고통 등으로 중소기업은 돈맥경화의 직격탄에 연쇄도산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다. 기업에 경쟁력을 높여줘야 청년세대들도 어깨를 펼텐데 대의기관인 국회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세밑까지 2023년도 예산안을 놓고 이태원 국조 개문발차니 샅바싸움을 하는 사이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 법인세율 인하 문제였다. 여당에선 그나마 현 25%를 22%로 축소를 주장한 반면, 야당에선 대기업만 혜택을 받는 '초부자 감세'라며 맞서다가 결국에 24% 찔끔 인하했다. 이웃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기업을 육성하고 우리를 빠르게 앞지르며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TSMC 등 간판 기업에 대대적인 세제와 투자 지원으로 산업구조를 중소기업에서 오히려 대기업 위주로 재편한다는 소식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대만·싱가포르 등 법인세율 낮추며
'큰 IT기업 유치 몸부림' 국회 아는지
겨우 '1% 인하' 경기살리기 역부족


저 역시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을 장려해 기업의 생태계를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정책을 추진해 가는 것을 원한다. 이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도 경쟁력과 자생력이 생겨 당면과제에 잘 대처할 것이고 따라서 독일의 예처럼 중소기업 우선 주의자이나, 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엄청난 위기가 닥쳐오는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경쟁력의 정책방향을 선 고려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특히 빅테크 기업에 원만한 규제를 다 풀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마다 큰 IT기업을 유치하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회에서 아는지 모르는지. 시장조사 결과에 빅테크 기업인 구글 코리아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고작 200여 명에 불과한데, 구글 타이완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10배가 차이나는 2천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MS는 2018년 대만에 AIR&D센터를, IBM은 R&D연구소를 타이베이에 시설을 확장했다. 이유가 바로 법인세율의 차이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우리는 기껏 법인세를 24%로 내렸지만 이미 대만은 20%, 싱가포르는 17%이고, EU는 올해 말부터 15%로 시행할 예정이라 한다. 경쟁 기업 입장에서 어느 나라를 택할 것인가에 향방을 가른 것이다. 우리가 잠깐 숨을 고르는 사이 국내총생산액(GDP)도 대만이 우리를 곧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라며 반대만 하다가 그것도 연말이 돼서야 겨우 1% 내렸지만 경기 살리기 마중물엔 역부족이다. KDI는 '법인세의 인하효과는 장기적으로 3.9%의 성장'과 '혜택은 부자가 아닌 주주 근로자'에게 돌아간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몇 대기업을 국한하면서 부린 심술이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OECD 38개국 중 10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중과세를 부과하는 나라다. 내수경기 활력소의 일환으로 법인세 감세를 심히 고려하고 그 지렛대 효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 예상한 것인데, 국회에서 부린 몽니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횡포로 실망이 매우 크다. 이는 기업 스스로 활력을 제고시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정책적 실제로 모든 기업이 신나게 뛰는 나라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

미·일·대만·중 반도체 산업 총공세
한국경제 버팀목 'K-반도체' 위기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인 K-반도체 산업이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도 있다. 반도체 산업을 재건하려는 미국, 맹주적 위치를 계속 유지하려는 일본, 이 산업과 관련 온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함께 대응하는 대만, 이때라 하고 '반도체 독립'에 나서려는 중국 등이 우리를 대상으로 일제히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안이라도 있는가? 세계 주요국에서는 반도체 패권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이 우리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 시장 점유율은 1년 새 2%나 떨어져 아연실색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세비는 어김없이 받아가는 의원나리, 법인세 인하가 초부자 감세입니까? 한 마디로 억지의 극치다. 경쟁국인 대만은 법인세를 과세표준과 관계없이 20%이고, 반도체는 '국가안보의 최전선'이라며 진력을 다한다는데 왜 우린 스스로 '자승자박'하며, '법인세 인하에 제동을 거는지 매우 안타깝다. 닥쳐올 저성장 국면의 난기류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