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산하 기관장과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법제화된다. 국회처럼 자치단체 기관장 임명에 지방의회 동의과정이 도입된 것이다.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도 있는 만큼 지방의회 의원들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규정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률 개정안에는 그동안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업무협약을 통해 시행해오던 인사청문회제도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시됐다. 구체적인 청문 대상은 각 지방의회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초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장과 지방공사 사장, 지방공단 이사장 등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임명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 정무직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의무화된다. 개정안은 이르면 24일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개정안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해당 개정안이 의결되면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던 인사청문회와 교섭단체 운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며 "지방의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그에 따른 의원들의 책임도 커져야 한다. 현재 인천시와 경기도 등은 일부 부단체장과 공공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요식행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정무부시장과 일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간담회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 지방의회 중 첫 사례로 주목됐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원들이 내정자에 대한 정책과 도덕성, 시정 철학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하나 맥빠진 질의와 소극적 답변으로 일관한 통과의례가 됐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의원들의 성의 없는 준비와 태도 등도 논란이 됐다.

인사청문회가 법제화된다 하더라도 지방의원들의 안이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방의회 권한 강화는커녕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실추시킬 수 있다.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커지기 마련이다. 지방의회의 권한과 품격을 높이는 일은 결국 의원 자신들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