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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2023~2027)' 중 주요 자살수단 의 하나인 일부 번개탄 생산 금지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5년 경기도가 지자체 중 최초로 도입했던 번개탄 통제 정책이 실제로 자살률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오후 수원시내 한 식료품점 계산대에 번개탄 자살 방지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3.2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어디에 쓰려고요?"

2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의 한 마트 계산대 앞. 번개탄의 위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마트 사장 최모(65)씨는 "용도가 어떻게 되느냐"고 거꾸로 물었다. 기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쓸 데가 있다"며 최씨의 물음에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최씨는 "용도를 말해주지 않으면 번개탄을 판매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최씨는 그제야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마트 계산대에는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과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최씨는 "누가 번개탄을 사갔는지 늘 기록하고, 미심쩍은 사람이 보이면 자살예방센터에 연락을 한다. 센터 직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역할도 한다"면서 "번개탄을 사려는 사람에게 조금만 신경쓰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상담치료 안내문 붙은 수원 마트
"용도 말해주지 않으면 못팔아"
"구매 기록… 미심쩍으면 신고"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2023~2027)'을 발표한 이후 주요 자살 수단 중 하나인 번개탄과 관련한 논란이 들끓었다.

해당 계획안에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번개탄 생산을 금지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은 나아가 자살 수단을 통제하는 자살예방사업의 무용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최씨 사례처럼 주요 자살 수단 중 하나인 번개탄을 쉽게 구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의 자살예방사업은 과거부터 추진돼 온 사업일 뿐 아니라, 자살률을 실제로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道, 판매개선 캠페인 최초 시작
예방사업 지자체, 비지역 비교
실제 '극단 선택' 인원 더 적어

이미 경기도는 지난 2015년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번개탄 제조업체는 번개탄 포장지에 자살예방 안내 문구를 표시했고, 도내 마트들은 '생명사랑 실천가게'란 이름을 달고 번개탄 구매자에게 용도를 묻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의 자살예방사업이 실제 자살률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21년 대한보건협회 학술지에 실린 '지역사회 자살 수단 차단 사업: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의 효과' 논문은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시행한 지역과 시행하지 않은 지역 간 자살률을 비교하며 시행지역에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률이 낮아진 경향성을 확인했다.

고양시에서는 지난 2017년 모두 11명이 번개탄을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이 중 사업 시행지역은 3명, 비시행지역은 8명이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박선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고양시자살예방센터장)는 "수단 하나를 차단한다고 실제로 죽고 싶지 않게 만드는 건 아닌데, 왜 이런 사업을 하느냐는 생각은 할 수 있다"면서도 "자살 수단을 통제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고위험군과의 접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든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당장의 충동적인 행동을 멈추게 한 다음, 그 사이에 위기 개입을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