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 운수 종사자들의 휴식을 위해 마련한 인천지역 택시쉼터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지역 전체 택시기사 약 1만5천명 중 택시쉼터 이용자가 하루에 고작 10명 내외에 그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3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인천 부평구 부개역 공영주차장. 공영주차장 한편에는 컨테이너형 택시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개역 공영주차장 택시쉼터는 인천시가 지난 2020년 약 1억원을 들여 마련한 공간으로, 휴게실·화장실 등을 갖췄다. 그러나 부개역 공영주차장 안에 주차된 차량 중 택시는 1대도 없었고, 택시쉼터 이용객도 만날 수 없었다.
택시기사들은 택시쉼터에서 불과 2분 거리에 떨어진 부개역 맞은편 택시 승강장에만 몰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에게 "택시쉼터를 아느냐"고 물으니 "택시쉼터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택시기사 박영범(87)씨는 "택시승강장 바로 옆에 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위치가 애매하다"며 "저 쉼터에 가려면 공영주차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굳이 주차요금을 내고 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개역 공영주차장 한편에 위치
하루 고작 10명 이용 '무용지물'
무인으로 바뀐후 비용정산 불편
"승강장옆도 아니고" 돈벌기 바빠
당초 부개역 공영주차장은 안내요원이 상주하며 택시쉼터에 방문한 택시에 주차장 차단기를 무료로 열어줬다. 그러나 올해 1월 무인정산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주차요금을 낸 후 해당 영수증을 인천교통공사에 제출해 청구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이 내용을 알지 못했다.
또 다른 기사 여태운(58)씨는 "법인 택시기사들의 경우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고 사납금처럼 채워야 하는 기준금액이 있다"며 "법인 택시기사들은 기준금액 채우기 바빠서 쉼터에서 쉴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지역 택시쉼터는 부개역 공영주차장과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택시가족쉼터 등 총 2개다. 이날 찾아간 논현동 택시가족쉼터 역시 택시는 1대도 보이지 않았다. 2층 규모 건물과 32개 주차면을 갖추고 있는 논현동 택시가족쉼터는 지난 2012년 인천시가 약 18억원을 들여 지었다.

인천시에 따르면 부개역 공영주차장 택시쉼터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사실상 0명, 논현동 택시가족쉼터는 하루 평균 10~15명 정도 이용하고 있다. 인천지역 전체 개인·법인택시는 약 1만5천대 정도인데, 이 중 0.1% 정도만 택시쉼터를 찾는 셈이다. 현재 인천교통공사가 수탁 운영하는 택시쉼터에는 유지관리비 등이 들고 있다.
인천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논현동 택시가족쉼터는 위치도 안 좋고, 부개역 공영주차장 택시쉼터는 공영주차장 운영이 무인으로 바뀌면서 이용이 불편해졌다"며 "현재 택시쉼터는 연간 운영비만 나가고 활용도가 없다. 논현동 택시가족쉼터에 전기차 충전소를 마련하거나 공원 화장실 인근에 소규모 간이 쉼터를 만드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市는 교통연수원行 등 다각 검토
인천시는 택시쉼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부개역 공영주차장 택시쉼터의 경우 계양구에 있는 교통연수원으로 옮기고, 논현동 택시가족쉼터에는 택시기사들이 교통연수원 법정·필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컴퓨터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택시쉼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