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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남양주시 리클 본사에서 만난 양수빈 대표는 "옷을 버리는 습관을 리클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했다. 리클 본사 옆에 마련된 리클 스토어에서 양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3.5.22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IT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양수빈 리클 대표가 헌옷 수거 플랫폼을 만든 것은 몸소 겪었던 불편에서 시작했다. 어느 날 옷장 정리를 한 후 입지 않는 옷을 처분하려고 하다보니, 과정이 매우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의류 수거함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고, 한번에 수거해주는 업체가 있는지 알아보니 20㎏ 이상부터 매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했다. '조금 더 편리하게 옷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싶던 찰나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2년 전인 2021년 5월 헌옷 수거 플랫폼 '리클'을 만든 계기다.
 

지난 22일 남양주시에 있는 리클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누가 한 번에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으면 내가 해봐야겠네'라는 마음에 바로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며 "헌옷 업계에 종사했던 게 아니다보니 인맥도 없었고, 국내에 참고할 만한 모델 역시 마땅치 않았다. 해외의 유사한 서비스는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해외 서비스와 원하는 방향 등을 엮어서 시장 테스트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리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클의 장점은 '장벽'을 낮췄다는 것이다. 옷 20벌 이상을 문 앞에 두면 된다. 헌옷을 버리려는 이용자가 수거함을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고, 기존 방문 매입 서비스보다 수거 가능한 양도 줄였다.

의류의 상태가 좋아 재판매가 가능한 옷에 대해선 금액을 더 높게 산정해, 이용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렇게 모인 옷은 100% 리클이 보유한 다양한 채널로 재판매되고 있다. 리클이 자체적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빈티지 의류 숍 등으로 향하기도 한다. 해외 수출도 병행한다.

'편리하게 처리' 고민하다가 창업
마땅한 인맥·모델 없어 어려웠지만
해외 서비스 엮어 테스트 끝에 완성


시작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양 대표는 리클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리클을 중심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버려지는 옷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양 대표는 "리클을 만든 것은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시장 조사를 하면서 의류 폐기물들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리클로 수거된 옷이 다시 판매되고, 활용되는 구조를 잘 만들면 의류 폐기물 저감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의미있는 도전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도 리클의 친환경 행보에 반응한다. 양 대표는 "리클이 매달 수거하는 옷이 얼마나 탄소를 저감하는데 기여했는지, 소나무를 몇 그루 심은 효과가 있는지 등을 이용자들에게 보내준다.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소비에서도 이를 고려하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에 호응하고 있다"고 했다.

리클은 현재 서울·인천시 전역과 경기도 부천·광명·고양에선 직접 수거를, 경기도 나머지 지역에선 택배 수거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한다. 직접 수거 영역을 경기도 전체로 넓히고,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 광역시에 더해 2025년엔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목표다.

'배달의 민족'이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던 모습을 바꿔놨듯, 리클이 헌옷 수거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게 양 대표의 포부다.

양 대표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옷을 버리는 습관이 리클로 바뀌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의류의 생태계를 바꾸고 싶은 게 제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