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위성 발사 실패 관련 강화 평화 전망대 북녘 스케치10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인천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해안가에서 북한 주민들이 제방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2023.5.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백령도에 산 지 8년 정도 되는 A(52)씨는 31일 오전 가족들과 함께 면사무소 인근의 한 대피소를 찾았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물체를 발사한 직후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그는 휴대전화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고, 사이렌 소리도 들었다. 대피소엔 이미 7~8명 정도 주민들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30여명으로 늘었다. A씨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수시로 인원을 체크했고,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TV와 휴대전화 등으로 관련 뉴스 등을 확인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고 했다.

대피소에 들어간 지 30~40분 정도 지나 나오긴 했지만, 그는 처음 겪는 상황이 낯설었다. A씨는 "왜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 안내 문자가 오는 건지, 정말 연평도 포격 같은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다"며 "일본의 경우, 대피 안내 문자에 문자 발송 배경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런 부분이 보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북한 우주발사체 주장에 경계경보
유사시 대비차원 600여명 발령 설명
인천시·옹진군, 추가 발사 대응 견고


이날 오전 6시 29분께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는 백령도와 대청도 일대에 경계경보를 발령(6시 30분)하고 사이렌을 울렸다. 백령도·대청도 등과 가까운 북한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할 경우 자체적으로 대피 안내 방송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사이렌까지 울린 건 드문 일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번 경계경보 사이렌 직후 20개 가까운 백령도 대피소엔 주민 540여명이 대피했다. 대청도 대피소에도 총 60여명의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경계경보는 북한의 발사체 이동 궤적과 백령도·대청도 일대가 가까워,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게 인천시 등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발사체는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됐다. 발사체는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난 8시 5분께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낙하했다. 합참은 낙하한 발사체를 수거해 성능과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북한은 이번 2단 엔진 문제로 발사체가 추진력을 잃고 서해에 추락했다며 발사체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빠른 기간 내에 다시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인천시와 옹진군 등은 북한이 추가 발사를 예고한 만큼, 대응 체계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상황 발생 시 관련 근무자들의 행동 매뉴얼을 보강하고, 군(軍)과 정부와의 정보공유가 더욱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계경보 발령 재난문자 이후 주민 행동 요령 등을 담은 내용의 재난문자도 미리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상황 발생 시 관련 내용이 신속하게 공유되도록 하고, 대피소 주민 대피도 더욱 빠르게 진행되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4면(북한 발사체에 여야 "UN 결의안 위반"… 야권 "오발령 국민 불안")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