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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 이어 2대째 문화칼라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규동 대표./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인천시는 '이어가게'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고유의 정서와 특색을 담은 오래된 가게를 발굴·지원해 골목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크다. 30년 이상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대부분이다. 경인일보는 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를 찾아 그곳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기획물을 9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급변하는 업계 환경 속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36년째 운영하고 있는 사진관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남부역 인근에 자리한 '문화칼라' 사진관이다.

일반 가정에 필름 카메라 보급이 확대됐던 1987년, 문화칼라는 작은 필름현상소로 문을 열었다. 50㎡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시작한 문화칼라는 330㎡ 규모의 세트장과 7명의 직원을 둔 사진관으로 성장했다.

운영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관은 지난 2000년대 초, 디지털카메라가 급부상하며 첫 난관에 봉착했다. 필름카메라가 가정에서 하나둘 사라지면서 사진관도 설 자리를 잃어갔다. 문화칼라 1대 대표인 고(故) 김철한씨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사진 스튜디오를 도입해 '현상 전문'에서 '촬영 전문'으로 업종을 전환한 것이다. 사업장 규모가 확장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대 초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문화칼라 사진관은 여러 콘셉트의 촬영 세트를 도입하며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위기가 찾아올수록 전문성과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유행에 민감한 사진업계 특성에 따라 문화칼라 사진관은 매 순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보디 프로필 유행에 이어 AI 프로필, 셀프 포토 등 사진업계의 유행은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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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 이어 2대째 문화칼라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규동 대표./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부모님에 이어 2대째 문화칼라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규동(40) 대표는 "과거엔 저렴한 가격 등이 사진관의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높은 퀄리티(품질)와 좋은 사진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사진사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기존에 하던 가족사진 외에도 3년 전부터는 보디 프로필 촬영도 시작하는 등 트렌드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진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진에 대해 늘 연구한다"고 덧붙였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문화칼라 사진관에는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 10년이 넘게 매년 같은 시기에 가족사진을 찍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수년 전에 찍은 사진을 다시 인쇄해가는 손님도 더러 있다는 게 김규동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람들의 얼굴엔 그간 살아온 인생이 묻어있다"며 "사진은 그 순간을 간직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손님들은 사진사를 믿고 그 빛나는 순간을 남기러 온다. 그 믿음에 부합하는 사진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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