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폐지 놓고 제도권 설전
"유일한 외부 여가활동인데…"
"실제 사용수요로 정책 마련을"
세대·행선지·탑승목적 등 이견
30일 오전 11시30분께 충남 아산 온양온천역. 수원역에서 출발한 1호선 신창행 열차는 1시간30분 가까이 내달려 이곳 승강장에 멈춰섰다. 출입문이 열리자 두터운 외투와 털모자를 쓴 어르신 수십 명이 출구 방향 에스컬레이터로 빽빽하게 모여들었다.
'삑'.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대는 이들의 요금은 '0원'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요금 면제 혜택으로 저렴하게 여가를 즐기려 모인 노인들이었다. 평택역에서 이웃 3명과 함께 승차한 김창분(72·여)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온양온천역을 찾아 장도 보고 목욕도 한다. 동네도 활기차서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노인복지관 활동이나 동네 육아봉사를 제외하면 유일한 외부 여가활동"이라고 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이날 인근 전통시장 골목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명에서 왔다는 정모(79·여)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지하철로 소요산, 춘천 등을 다닌다"며 "물가도 올라 생활비도 부담스러운데, 교통비까지 늘어난다면 전처럼 다니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동일 노선 반대 방향인 청량리행 급행 열차로 1시간10분여 만에 수원역으로 돌아왔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발걸음 바쁜 청년들이 출입구마다 대기줄을 길게 이었다. 개인 일정으로 홍대입구역을 간다는 학생 이모(21)씨는 "통학길이나 개인 일정으로 학생인데도 한 달에 10만원 정도 교통비를 지출하는데 요금은 점점 오르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업무일정으로 서울 동작구를 간다는 직장인 민소영(27·여)씨는 "출퇴근길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특히 경기도민은 교통비가 주요한 지출이다 보니 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민감하고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인구구조도 바뀌는 만큼 특정 연령대 혜택부여보다는 실제 사용 수요를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40여년 동안 유지된 65세 이상 승객에 지하철 요금을 면제하는 '노인 무임승차' 정책 폐지 여부를 두고 제도권의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을 가장 넓게 가로지르는 1호선 탑승객들은 세대나 행선지, 탑승 목적 등마다 상반된 의견을 나타냈다.
일부 노인들은 특정 세대가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 불만을 갖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양온천을 찾은 김상경(83)씨는 "노인이라 수익도 없어 그나마 무임승차 혜택으로 외부활동을 다닌 것인데 그게 마치 교통 적자를 키우는 행위처럼 비쳐져 기분이 매우 나쁘다"며 분개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임승차 폐지 논의가 자칫 노인들을 '무임승차하는 집단'처럼 사회적 낙인을 찍을 수 있어 노인의 무력감이나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며 "경제적 분석뿐만 아니라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권과 신체정신적 건강 보장 차원의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