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앞 배송 문제·입대의 교체
흐지부지… 일부 주민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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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수원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 정문 인근 택배기사 간식함이 운영됐던 자리가 비어 있다.2024.6.11./김산기자mountain@kyeongin.com

"간식도 물론이지만, 챙겨주신 마음이 참 감사했었는데…아쉬울 뿐이죠."

지난 11일 오전 10시께 수원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 정문. 10년차 택배기사 김모(59)씨는 출입구 한편 공터를 두고 "한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간식함이) 없어질 줄은 사실 예상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 2020년, 끼니를 거르며 일하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간식함을 마련(2020년 1월9일자 6면 보도=감사·情 듬뿍담아… 아파트 '택배기사 간식함')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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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에 놓여있었던 간식함.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경인일보DB

입주자대표회의는 활동 수당을 반납하며 간식함을 관리했고, 길을 지나는 주민들은 알아서 간식을 채워 넣기도 했다. 한여름엔 인접한 보안실 냉장고에 얼려둔 생수를 꺼내 넣어두기도 했다.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미묘하게 흘러갔다. 택배사에서 단지 내 공사를 이유로 문앞 배송이 어렵다고 전하자 일부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 사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도 교체됐고 간식함 운영에 공금은 더 이상 투입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여 동안 소수 주민의 자발적인 봉사로 겨우 유지되던 간식함은 결국 이달 초 사라지고 말았다.

김씨는 "간식이 돈 몇 푼 되겠나. 결국 챙겨준 마음과 정성에 감사한 것"이라며 "택배기사를 서비스가 아닌 '사람'으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는 때는 흔치 않다. 별 수 없다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른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간식함은 사라졌다. 이 단지 간식함이 설치되고 사라지는 동안 전국 곳곳에서는 꾸준히 택배기사들이 출입 문제로 주민들과 충돌하는 '택배 갈등'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동시에 온라인 소비문화와 비대면 일상이 완전히 자리 잡았고, 야외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은 갑질 피해까지 맞닥뜨리는 등 열악한 처우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웃간 온정이 사라진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심규찬(42)씨는 "택배기사들과 주민이 간식함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감사함을 나누고 소통하던 때도 있었다"면서 "누군가 먼저 나서지 않는 이상 대부분 더 이어갈 의지도 호응도 없는 것 같다. 어느새 흐지부지 되어가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