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참전한 삼일공고 졸업생

2연평해전 부상·천안함 피격 순직
매년 추모제… 외부의 오해·압박

교장 "가족들 소식 끊긴지 오래"
정치권·특정단체 접근에 못 견뎌
학교 '흉상 추진' 추모 계속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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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왼쪽)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장이 18일 삼일공고에서 박승윤 총동문회 회장과 천안함 피격으로 산화한 고 박경수 상사의 옛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24.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수 가족은 소식이 끊긴 지 오래됐습니다. 이런저런 주변의 말들에 많이 힘들어 했었죠."

18일 오전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만난 김동수 교장은 "아끼던 제자가 숨진 사실만으로도 매우 가슴 아픈데, 과도한 정쟁으로 번져 맘 편히 추모할 수도 없게 된 상황이 더 안타깝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김 교장이 떠올린 애제자는 고(故) 박경수 상사다. 지난 1999년 삼일공고를 졸업한 박 상사는 생전 두 번 전투에 몸담았던 참전용사다.

임관 2년 차인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박 상사는 총상을 입고도 승전에 기여했으나, 한동안 후유증으로 함정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딸과 아내를 부양하겠다며 2009년 다시 승선했던 배가 바로 천안함이었고, 1년여 뒤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그는 끝내 산화했다.

짧고도 기구한 삶을 살다간 제자를 떠올릴 때면 김 교장은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고 한다. 생계가 어렵던 고등학생 경수에게 부사관을 처음 권했던 것도, 첫 참전 이후 목발을 짚고 찾아온 그를 더 말리지 못한 것도 결국 은사인 그의 책임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욱 버겁게 만드는 건 추모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외부의 눈초리였다. 학교는 사건 직후인 2010년부터 매년 박 상사를 기리는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정쟁으로 삼는 시각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와 압박감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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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왼쪽)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장이 18일 삼일공고에서 박승윤 총동문회 회장과 천안함 피격으로 산화한 고 박경수 상사의 옛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24.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국 곳곳의 희생자 모교들도 비슷한 부담감을 느껴왔고, 결국 학교 단위로는 삼일공고만 유일하게 현재까지 추모제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박 상사 유족들마저 정치권과 특정단체들의 접근과 여러 소문에 못 이겨 수원시 옛 자택을 떠나 연을 끊고 잠적했다고 한다. 김 교장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문이자 아끼던 제자인데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분위기로 인해 추모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교장과 삼일공고 일원은 꿋꿋이 추모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호국학교', '민족학교'라는 지향에 부합하도록 학교 차원에서 올바른 보훈의 가치를 잇겠다는 다짐이다. 1902년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과 이하영 목사가 설립한 삼일공고(옛 삼일학교)는 여러 보훈문화 증진 활동을 이어온 공적으로 지난해 국가보훈부의 보훈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일공고는 지난해 현판을 제작한 데 이어 내년까지 교내 두 학교 건립자 흉상 옆에 박 상사 흉상을 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승윤 삼일공고 총동문회장은 "수원시 및 시의회와의 협조로 흉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지원이 무산되더라도 박 상사 추모의 뜻을 기려 자체적으로라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