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대로변 유기견들에 주민 걱정
올해 區 관련 민원만 219건 달해
포획틀 설치해도 개체수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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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한 근린공원에서 들개 두마리가 배회를 하고 있다. 2024.9.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산책 중에 나타난 들개 무리가 짖어대 황급히 도망쳤습니다."

들개가 자주 출몰한다는 인천 서구 백석동 골막산 인근 거리.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활보하는 들개 무리로 인해 이 주변에서 산책하는 주민과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동네 산책 중에 들개를 목격했다는 서구 백석동 주민 김모(32)씨는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걷고 있었는데 대로변에서 마주친 들개 3마리가 흥분해 짖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껴 황급히 도망쳤다"고 아찔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여름에는 큰 들개가 인근 한 중학교 앞에 나타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경비원 김모(74)씨는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인데 대형견 1마리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 몸으로 막아섰다"며 "다행히 들개가 달려들지 않아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구 배회하는 들개
30일 오전 인천시 서구의 한 근린공원에서 들개 두마리가 대형 화물차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9.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담당 구청인 인천 서구에 접수된 들개 관련 민원은 219건에 달한다. 이 들개들은 검단신도시 등 도시개발사업지역 내 공장지대와 주택가에서 버려진 유기견들로, 인근 야산 등지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것으로 보인다.

서구는 경서동 주택가, 왕길동 야산 등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포획 틀을 설치해 들개를 잡고 있지만, 개체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고민이다. 2022년 62마리, 지난해 115마리, 올해는 8월까지 벌써 92마리가 포획됐다.

다행히 물림 사고 등 직접적 피해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10㎏이 넘는 중·대형견들로 이뤄진 들개 무리가 주택가 인근 공원과 대로변 등에서 자주 출몰해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호신용으로 항상 등산스틱을 챙긴다는 주민 이모(63)씨는 "인근 할메산을 자주 오르는데 등산로에서 들개가 이동하는 걸 봤다"며 "높지 않은 산이라 등산스틱이 굳이 필요 없는데, 들개가 달려들까 봐 최근에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구 불로동에 사는 윤지예(41)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인근에서 들개 무리를 볼 때가 있어 걱정된다"며 "동네 공원까지 들개들이 내려오는 경우가 있어 밤에는 아이를 혼자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구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예산을 늘려 포획 틀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들개 발견 시 행동 요령을 담은 안내문을 만들어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 배포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