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입춘 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추위나 더위는 불가항력의 자연현상이지만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계절의 급속한 변화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힘들고 가혹하다. 이뿐 아니라 기후는 예술 창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세계적인 명기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지구 연평균 기온이 크게 하락한 소빙하기의 나이테가 유례없이 촘촘해진 단풍나무를 부재로 사용했기에 독특한 음색을 갖게 된 것이라 한다. 역시 세계적 고전이자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의 하나인 ‘햄릿’에도 소빙하기 시대 중세 영국의 악명 높은 추위가 잘 묘사돼 있다. 의문사한 선왕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괴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망루에서 유령을 기다리는 햄릿의 측근들은 맹추위에 진저리를 치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앞에서 연신 “비터 콜드(bitter cold)”를 되뇐다. 당시의 맹렬한 추위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까지 반영돼 있는 것이다.

추위 하면 러시아문학을 빼놓을 수 없는데 도스토예프스키가 “러시아문학의 샘물”이라고 극찬해 마지않았던 작가 니콜라이 고골이 대표적이다. 고골의 ‘외투’는 그의 문학적 재능과 역량을 잘 보여주는 단편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하급 9등 문관 서기인 아카키 아카예비치다. 대인관계도 서툴고 내성적인 데다 박봉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의 아카키는 외투 하나 살 여유도 없다. 어떻게 겨우 러시아의 강추위를 견딜 새 외투를 장만했으나 강도를 만나는 봉변을 당해 그만 외투를 강탈당하고 만다. 무사안일에 빠진 당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외투를 찾아달라는 하급관리의 하소연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된 아카키는 유령이 돼 관료사회에 복수한다. 고골은 러시아 정부의 비민주성을 비판할 요량으로 작품을 썼지만 소설의 영감이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

추위는 문학과 음악은 물론 미술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으니, 브뤼헐의 그림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또한 소빙하기를 맞이한 시대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추위는 예술에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다.

최근 탄핵정국을 맞아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강추위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잘 살펴볼 일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