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넷플릭스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를 뒤늦게 정주행했다. 기대를 안고 1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한 장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드라마 속 상황은 이랬다. 국민학교 학생 오애순이 급장(반장) 투표에서 37표를 얻으며 1등을 차지했지만, 담임 교사는 28표를 얻은 이만기를 급장으로 앉힌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과가 나왔음에도 담임 교사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한순간에 급장이 바뀌었다. 부조리하고 비민주적인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2025년 정치판에서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새벽 시간을 틈타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의 자격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어 경선을 거치치 않은 외부 인사를 후보로 등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급장이 아닌 ‘대통령 선거 후보’를 두고 일어난 일이라는 게 기가 찰 노릇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들의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이었다”고 했다. ‘폭싹 속았수다’ 속 담임 교사는 물심양면 뒷받침할 집안이 있다는 이유로 오애순이 아닌 이만기를 급장으로 앉혔다. 국민의힘은 무슨 근거로 후보 교체를 강행했을까.
결과적으로 결단은 ‘독재’로 비춰졌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반대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사태는 22시간만에 일단락됐다.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났고 이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펼쳐진 상황 속, 내홍 후유증을 딛고 국민의힘이 대선에 어떻게 임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선거는 공약과 정책으로 이뤄지는 싸움이다. 오는 6월3일 대선일까지는 20여 일이 남았다. 논란과 홍역 속에서 공약·정책 논의는 뒤로 밀려버렸다. 단일화 협상, 사법리스크 등 후보자들과 관련된 논란에만 관심이 쏠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제 6·3 대선일까지는 공약과 정책이 우선되는 모습이 보고싶다.
/유진주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