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가 스승의 날이었다. 그러나 교사에 대한 존경과 교직에 대한 존중이 흘러넘치던 과거와 달리 해가 갈수록 교사들에게는 위축된 교권과 열악한 교단의 현실이 도드라지는 씁쓸한 날이 됐다. 최근 인천교사노동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738명 중 63%가 최근 3년간 명예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내 직업이 사회에서 존중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직이 사회적 존중을 받는다’고 여긴 교사는 겨우 8%에 불과했다.
교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교육이 아닌 행정이 교사의 주된 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이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선 응답자의 무려 90.8%가 “수업 연구보다 각종 행정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수많은 공문과 회의에 시달리는 사무직에 가깝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권 침해와 물리적 위협이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교사 2명 중 1명(56.3%)은 최근 1년 내 학생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교사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증가 추세에 있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심지어 교사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도 없이 문제 상황 앞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의 위기감을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교육 기반 붕괴로 인식해야 한다. 교사의 사기가 무너진 교실에서, 아이들이 온전히 자라기를 기대한다면 연목구어다.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교육의 질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교사 양성 기관인 교육대학교의 합격선이 내신 6등급까지 떨어졌다. 이는 교직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 이상 유능한 인재들이 교직을 꿈의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 그리고 폭력과 위협으로부터 교사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스승과 제자는 함께 성장한다는 예기의 금언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참뜻이 무엇인가.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법이다. 수업 대신 공문을 작성하며 자존감을 잃어가는 교사들에게,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대답해야 한다. 교육의 주체로서의 교사들의 자율성과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