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정가 ‘도백더비’ 대선 맞대결
선 향한 의지·악 향한 습성 가르는 시금석
지도자 인간적 도리부터 살피는 선거돼야
‘진보다움·실용성’ vs ‘격식없이 평소대로’

민선 1기 경기도의 도정구호는 ‘1등 경기도’였다. 인구 1위, 경제성장률 최상위, 글로벌 외자유치 규모 등 수치상으로는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축이었다. 그러나 경기도는 뭉치지 못했다.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지역적 특성 탓에 정치적으로는 늘 모래성과 같았다.
그러던 경기도가 지금 대권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과 김문수 후보(이하 존칭 생략). 두 사람 모두 경기도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래서 경기도 지역정가에서는 ‘도백더비’라는 대선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은 민선 7기 제35대 경기도지사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복지 확대와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재임 중 지역화폐 도입 및 공동운영 체계를 만들어 전국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실천력이 강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김문수는 민선 4·5기 경기도지사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도정을 이끌며 광역교통망 확충과 기업 유치, 청렴도 향상 등 굵직한 실적을 쌓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념을 설계한 ‘GTX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청렴영생, 부패 즉사’라는 강한 메시지로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끌어올리며 경기도를 전국 청렴도 1위로 올렸다.
그래서, 두 후보의 경쟁을 두고 단순한 정치 대결을 넘어 ‘정책의 대선’, ‘성과의 대선’으로 평가한다. 이재명은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의 전국 확대를, 김문수는 GTX 등 교통복지가 전국으로 퍼질 것을 기대한다. 두 후보의 공약은 모두 경기도에서 실험되었고, 이번 대선을 통해 전국화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란 실적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국민은 이들이 가진 삶의 진정성과 지도자로서의 도리를 함께 묻고 있다. 김문수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던 인물이다. 경기지사 시절에는 행정 경험도 쌓았다. 그러나 최근 극우적 언행과 역사 편향으로 중도층과의 거리감을 드러냈다. 이재명은 추진력과 실적 면에서는 평가받을 만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성과도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논란과 갈등, 거친 언행이 따라다닌다. 법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인간적 도리라는 기준에서 보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얻었다고 보긴 어렵다.
둘 다 과거 이력이나 능력 면에서는 장단점이 있지만 국민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자못 궁금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며 우리는 지도자가 어떻게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똑똑히 봤다.
따라서 이 대결은 단순히 진보와 보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요소인 선(善)을 향한 의지와 악(惡)을 향한 습성을 가르는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불균형이 있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빠르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선한 의지를 지속하기보다, 익숙한 습관에 끌리기 쉽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공익을 위한다는 초심은 어느새 대결의 습성에 묻혀 버린다.
오늘날 정치가 국민을 위한 방향을 잃었다면, 그 책임은 정치인의 변질된 습성에 있지 않을까. 이재명이든 김문수든, 이번 대선은 국민이 지도자의 ‘인간적 도리’부터 살피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책임, 공동체에 대한 겸손, 갈등을 넘는 상식과 품격이 미래의 기준이 돼야 한다.
사람의 본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이재명은 우클릭 운운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온 진보다움, 실용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파란 운동화에 빨간색을 칠한다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김문수도 어색하다고 잘 보이려 꾸미지 말고, 격식 없이 평소대로 김문수다움으로 승부를 걸면 좋겠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 사람이 변하면 얼마나 변하겠나. 엊그제 여주를 다녀왔는데, 여주의 대왕님표나, 이천의 임금님표 쌀은 가공하면 맛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경기미는 ‘쌀밥’이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체화했다. 결국 이재명·김문수도 경기도 대표미와 다르지 않다. 덧칠로는 본디의 맛을 낼 수 없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