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화예술’ 관련 의제가 사라졌다. 문화예술계 지원을 10대 공약의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있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했고, 일부 공약은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보였다.
대선에서 문화예술 의제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건 정치 탓일까.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의 이런 취사선택에는 시민들의 삶에서 문화예술이 사라졌다는 점이 상당 부분 기여한 듯하다.
정치는 대중을 반영한다. 정치인들은 대중이 평소 쉽게 접하고 강렬히 바라는 것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문화예술 의제가 사라진 건 시민들의 삶 속 문화가 자취를 감췄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오래 전부터 감지되고 있다. 얼마 전 업무차 만난 한 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의 경쟁 대상은 복합쇼핑몰”이라는 자조섞인 우스갯소리를 했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의 저자 장강명은 책에서 “문단은 투박한 불만을 대체로 무시한다. 문단과 일반 독자는 이제 거의 소통하지 않는 듯하고, 이 대목이 한국 독서 생태계의 부서진 고리 중 하나다”라고 짚어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답했고 문화체육관광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2023년 한 해동안 예술인이 예술창작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평균’ 연소득은 1천55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9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이마저도 3년 전에 비해 연소득 360만원이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결국 문화예술계가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야한다. 장애, 배움, 정보 습득력과 사회·계층적인 경계가 없는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의 장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이시은 문화체육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