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힘의 칼’로 호방한 뉘앙스… 리얼리스트 문제의식 공통분모
류, 도려내는 式 명료한 돋을새김
손, 거칠게 여백·형상 ‘혼종 화면’

모든 작가의 작업 태도는 ‘모든’이라는 어휘만큼이나 다양하다. 당연히 작업에 임하는 형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적인 태도로 자신의 미술 행위를 이끄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내밀한 감성을 서정적으로 드러내는 작가도 있다, 또 어떤 작가는 정밀하고 꼼꼼하고 치밀하게 자신의 주제를 형상화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그와 반대로 거칠게 쏟아내듯이 액티브한 표현으로 자신을 화면에 쏟아내기도 한다. 그만큼 작가마다 다른 조형 언어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게 소위 미술판이다. 목판화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내용과 방법으로 자기 미술을 실현한다.

목판화가 손기환과 류연복은 리얼리스트로 당대 현실을 반영하고 거기에 개입하는 내용을 형상화하는 점과, 체질과 기질로 목판화 형식을 구성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 체질과 기질이 반영되는 판각법을 보자. 칼을 크게 쓴다. 일획으로 긋는 붓질처럼 단칼로 쑥쑥 파 내려간 칼맛으로 화면을 호방한 뉘앙스로 이끈다. 몸과 힘이 칼을 통해 액티브하게 판면에 그대로 궤적을 남기는 판각법이다. 다만 류연복이 날카롭게 벼린 칼날로 예리하게 여백을 ‘사각사각’ 도려내는 방식으로 형상을 돋을새김으로 명료하게 추출하는 방식이라면, 손기환은 둔한 칼날로 목판면을 힘으로 뜯어내듯 거칠게 여백과 형상이 혼종된 화면을 남긴다. 상호 목판화 형식과 조형적 맛이 다르다는 것.
밑그림 그리기로부터 판면과 판각 방식에 대한 기질적·체질적 칼질의 다름으로 인한 맛이 각자의 개성적 화면을 이끈다. 그런 이 두 작가의 에둘러가지 않는 직진성의 조형적 감수성 차이를 비교해 보면, 민중미술 목판화에 대한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더해서 분단 현실, 역사성을 담지한 일상적 국토 풍경 등의 소재-주제-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동지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금-여기-우리-삶이라는 리얼리스트로서의 문제의식이 작품을 구성하는 실체적 공통 분모라는 뜻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모순된 지점과 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역사와 현실에 대한 통찰이 각자 체질로부터 기인하는 작업 프로세스와 형식으로 형상화된 화면은, 그래서 그 내러티브를 더 풍부하게 발화시켜 준다. 아픔과 분노와 절망을 극복하며 희망을 생성하는 힘으로써의 형상이, 어떻게 주제로 이행하는지 그 상징성을 느껴보시라.
/김진하 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