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위기, 인문학적 성찰로 극복… 사람 중심 장소로”

 

남동구 구월동 연구소 사무실 개소

문화 생태계 상상력 ‘삶의 질’ 향상

연구방법 체계화·협력 등 사업 추진

인문도시연구소 김상원(왼쪽), 김창수 공동 소장. 연구소 현판은 이종구 화백이 집자해 판각했다. 2025.5.1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문도시연구소 김상원(왼쪽), 김창수 공동 소장. 연구소 현판은 이종구 화백이 집자해 판각했다. 2025.5.1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최근 인천에서 문을 연 ‘인문도시연구소’는 도시 인문학자들이 ‘공적 지성 공동체’를 표방하며 모인 민간 독립연구소다. 박사급 연구원 9명이 소속돼 도시 인문학과 문화 정책 등을 연구하는 단체다. 인천 지역의 민간 영역에서는 그동안 찾기 어려웠던 활동이다.

인문도시연구소는 지난 19일 오후 남동구 구월동 연구소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개최했다. 개소식에는 학계와 문화계의 수많은 사람이 찾아 앞으로의 연구소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거, 교통, 환경, 문화, 공동체 등에서의 삶의 기반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도시 공간에서 소외와 단절,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다.

이날 개소식에서 만난 인문도시연구소 김창수(전 인천연구원 부원장), 김상원(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공동 소장은 “위기의 도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가치 연대가 절실하다”며 “도시를 ‘사람 중심의 장소’로 되돌리기 위해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도시 문제의 근본을 성찰하고, 시민 실천을 이끄는 문화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연구소 설립 취지를 밝혔다.

김창수 소장은 “시민들의 문화 생태계를 풍요롭게 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념을 혁신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특히 시민의 삶은 ‘양’이 아니라 ‘질’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질적 측정에 대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는 시민의 삶을 온전히 가늠할 수 없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제시한 수명, 신체적 건강, 신체적 통합성, 감각·상상·사고, 감정, 실천이성, 소속, 다른 생명체와 자연과의 관계, 놀이, 자기결정능력 등 10대 핵심 역량 지표처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실질적 자유와 기회를 보장하는지를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깊은 민주주의 ▲단일 정체성 강박에서 벗어난 다양성 추구 ▲중앙정부 중심의 특성화 경쟁이 아닌 전일성 추구 ▲효율성이 아닌 효능감 ▲시민문화권·문화민주화·문화민주주의 추구 ▲문화 공공성 가치 재정립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연구소는 앞으로 인천과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와 연구방법론 체계화, 인천과 도시에 대한 정보·연구 성과 축적과 공유, 도시 인문학자와 관련 연구기관과의 협력 등에 관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상원 소장은 “독일에서 유학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독일에선 정당이 정치재단을 운영하면서 문화시민 교육을 한다는 것”이라며 “환경, 인권 등 도시에서의 삶을 위한 보편적 가치들을 확산하는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인문도시연구소는 오는 31일 오후 3시 인천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인천대 문화대학원과 함께 ‘인문도시론의 이론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하는 ‘제1회 인문도시 세미나’로 첫 발걸음을 뗀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