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 인천공장이 건설업 불황에 따른 철근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약 한 달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공급 과잉, 수요 침체,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대한 특단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인천공장 압연·제강공장의 생산을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동국제강의 인천 압연·제강공장은 국내 철강공장 가운데 가장 많은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약 220만t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으며 동국제강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한 달간 공장 셧다운에 돌입하는 이유는 전방 산업인 건설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철근 수요 감소, 하절기부터 시작되는 산업용 전기료 할증, 원료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도 지난 4월 동국제강과 비슷한 이유로 한 달간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 철강 2위 기업인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건설경기 침체와 같은 경제적 상황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요소지만,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상한 정부의 조치는 ‘전기로(전기가 발생하는 열로 금속을 녹이는 방식)’를 사용하는 국내 철강 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한전은 작년 10월 주택용을 포함한 일반 용도의 전기 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만 평균 9.7% 인상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동국제강 인천공장과 같이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 기업의 부담이 가중됐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전력 소비가 많은 7~8월 정점기에 전기 요금이 비싸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시기 감산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철강산업은 구조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세계 건설시장의 수요처였던 중국이 내수 부진에 빠지면서 남아도는 철근이 국내에 싼 가격으로 유입돼 우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철강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관련 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감산 조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철강 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추가 감산 조치는 물론 인력 구조조정까지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산업의 ‘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철강업계가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전기 요금 인하와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