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참정권은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번 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전 투표소는 승강기가 없고, 점자유도 블록, 장애인 화장실·경사로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간 사전투표에 돌입하지만, 장애인 참정권은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전투표소 3천568곳 중 198곳은 2층 이상인데도 승강기가 없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의 사전투표소 현황을 보면, 경기지역 사전투표소 601곳 중 33곳이 휠체어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의 지하나 2층 이상에 위치해 있지만 승강기가 없다. 부천시·군포시 6곳, 고양시·안양시 4곳, 성남시 3곳, 안산시·파주시 2곳, 수원시·평택시·구리시·하남시·용인시·안성시는 각 1곳씩이다.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투표소에는 임시기표소가 설치된다. 하지만 장애인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 없다. 대리자를 지정해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인천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역 내 사전투표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 확인 결과를 지난 27일 발표했다. 사전투표소 159곳 중 13곳은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지역별로 승강기 없는 사전투표소는 미추홀구 21곳 중 8곳, 동구 11곳 중 3곳, 계양구 12곳 중 1곳, 부평구 23곳 중 1곳이다. 지난 20대 대선(2022년) 사전투표소는 전체 157곳 중 17곳에서 장애인 접근이 어려웠다. 22대 총선(2024년) 때는 159곳 중 14곳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수치상으로도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렵사리 투표소에 도착해도 또다른 벽이 있다. 특히 인지적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은 투표용지를 받고 당황하게 된다. 글자와 숫자로만 되어있어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런데 조력을 받을 수도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에 한해 투표 보조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본투표일인 6월 3일은 농아인의 날이기도 하다. 투표권이 있는 청각장애인은 43만7천860명으로, 전체 유권자(4천439만1천871명)의 약 1%다. 승패를 가를 수도 있는 수치다. 하지만 배려 없는 투표소와 정보 접근성 등 차별은 되풀이되고 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은 국민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