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이 28일 경기남부청에서 ‘동탄납치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던 수사에 대해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12일 30대 남성 가해자가 30대 여성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후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해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뻔한 사건은 경인일보가 단독 보도(5월 15일 인터넷 보도)로 피해자가 사건 발생 한 달 전 고소장을 내고 600장의 보충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을 밝히면서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전환됐다.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고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이었다. 피해자는 수년간 가해자의 끔찍한 폭력에 시달렸다. 사건 발생 전 세 차례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가해자를 검찰에 송치하고, 피해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할 정도였다.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정식 고소와 구속을 간청하는 방대한 보충의견서 제출은 결정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피해자의 마지막 절규였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 구속을 한 달여 동안 지체했고, 지체된 시공간에서 피해자는 예상했던 참혹한 피해를 당했다.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해 성범죄 누명을 쓴 남성 피의자에 대한 강압 수사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영장도 없이 개시된 수사 과정에서 범죄를 단정하거나 자백을 강요한 경찰의 행태를 피의자가 공론화했다. 결국 가짜 피해자의 성범죄 무고 자백으로 피의자는 피해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강압수사를 지탄하는 여론이 수사 주체를 오해해 경찰서 내부 조직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으로 경찰 수사권이 대폭 확대됐다. 국정원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았다. 검찰에 남은 중대범죄 수사권까지 박탈하겠다는 정권 탄생이 유력하다. 경찰의 수사권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화성동탄경찰서는 경찰이 과연 이처럼 과도한 수사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된 것인지 의문을 자아낸다. 신중해야 할 때 과도하고, 집중해야 할 때 지체되는 부실 수사 행태가 화성동탄경찰서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아서다.
성범죄 누명 사건 발생 때 경찰은 당시 서장에 대한 전보 조치로 무마하고 넘어갔다. 그 후임으로 온 강 서장이 또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필요했던 구속 수사를 신속하게 집행했으면 두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사실상 수사 전담 공권력인 경찰 수사가 도마에 오른 마당에 대국민 사과의 격에 맞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