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1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방문해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5.6.1 /공동취재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1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방문해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5.6.1 /공동취재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부정선거 의혹이다.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깊이 빠진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늦은 밤 불의의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가장 먼저 투입했다. 이날 밤 10시 23분에 긴급 담화를 발표하며 계엄 선포를 공식적으로 알린 뒤 불과 7분 뒤에 계엄군이 선관위에 들이닥친 것이다. 국회 주변에 경찰기동대가 배치된 시각보다도 빠르다. 비상계엄 선포에 부정선거 의혹이 어떤 비중을 차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12월 12일의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시스템 점검 결과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 관리시스템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며 반발했다. 일부 취약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22대 총선 이전에 보안 강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사안이다. 그렇다면 그런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선관위는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를 더욱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난주 사전투표일을 맞아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안팎에선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잇따랐다.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30~40장이 외부로 반출됐고, 회송용 봉투 안에서 대선 후보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됐으며, 사전투표함에서는 지난해 총선 때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되더니 급기야 선거사무원이 대리투표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나같이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사건들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겨우 약해진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씨를 다시 지피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무엇보다도 선관위 스스로 소홀한 선거관리로 부정선거 의혹과 음모론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내일 본 투표에선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어지는 개표 과정까지를 포함해 무결점으로 완결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시비와 논란의 여지가 없고, 음모론이 아예 발붙일 수 없게 되는 유일한 길이다. 마땅히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