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지만 폐점 점포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해당 점포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회생절차 개시 후 점포 임대주를 상대로 벌인 임차료 인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29일 북수원점 등 주요 점포 10곳을 포함해 전국 총 27개 점포들의 임대주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 중 3분의 1가량이 경기도내 점포다. 대형마트에 입점해 ‘특수상권’으로 분류된 매장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권리금과 최대 10년에 이르는 계약 갱신청구권 등을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면서 홈플러스 입점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보증금을 내고 자비로 인테리어를 하고 장비를 구입하는 등 시설 투자를 했는데 매장이 문을 닫으면 고스란히 입점 점주들의 투자 손실로 직결된다. 또 폐점시 시설도 원상복구해야 하는데 작은 식당이라도 철거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전 재산을 들여 어렵게 매장을 열었지만 1년도 안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곳도 있다. 점주협의회는 현 상황을 ‘사실상 계약 파기와 생계 붕괴’라고 말한다. 마트노조는 무더기 폐점이 현실화할 경우 직영 노동자 3천명과 200~300곳 가량의 입점 상인, 그 가족들까지 약 4만명의 생계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입점 점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홈플러스의 태도다. 홈플러스는 폐점과 관련한 설명이나 대책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점주와 직원들은 임대주와의 협상 진행 과정이나 계약 해지조차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이에 홈플러스는 아직 폐점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구상 방안 등을 전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로 인한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계획된 폐점인데 그 책임과 피해를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홈플러스의 일방적 점포 폐쇄 계획은 지역 고용과 상권을 동시에 붕괴시키는 행위다. 또한 홈플러스의 폐점은 단순한 사업 정리 차원이 아니라 수많은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협의 절차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행보를 보면, MBK가 자구 노력 없이 부채보다 많은 자산을 팔아 ‘빚잔치’로 회생을 끝내려 한다는 우려와 걱정이 곧 현실이 될까봐 걱정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