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취재원은 누구일까. 기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답은 갈릴 수 있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대답이 있다. 바로 기자다. 게다가 자신보다 경력이 10년 이상 긴 대선배를 취재하는 일은 어떤 기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제주지역 신문사에서 오랜 시간 ‘제주 4·3’을 취재하며 진상을 알린 기자였던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아임프롬인천’ 쉰한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1980년대 후반 그가 금기에 가까웠던 4·3의 증언을 주민들로부터 듣고, 신문에 싣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마을을 찾아와 운을 떼는 기자의 신발도 벗지 못하게 했던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수차례의 취재와 왜곡 없는 보도로 신뢰를 얻은 그가 검증에 검증을 거쳐 쓴 기사는 곧바로 관계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당시 취재 상황을 듣다 보니 어느새 대선배를 취재한다는 부담감은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독자 모드’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직업에 대한 고민으로 번졌다.
김 이사장은 제주도민이 가진 계엄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난해 계엄령이 선포된 늦은 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대국민담화를 본 그는 곧바로 그간 취재했던 자료들을 외장하드에 옮겨 담고 혹시라도 자신이 체포될 상황에 대비했다고 했다.
4·3을 오래 취재한 그에게도 계엄 트라우마는 남아 있었다. 그의 이야기로 1948년 11월 제주에 내려진 계엄의 기억을 가진 도민들이 지난 12·3 계엄을 겪으며 느꼈을 트라우마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12·3 계엄의 여파로 열리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화두에 던진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려고 한다. 대통령이 가장 어려워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대선에서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새 대통령이 탄생하길 바라본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