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체를 보면 힘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옛 선조들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먹을 갈고 붓으로 한 획, 한 획 그었기 때문에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독립문(獨立門) 현판에는 조선 독립의 염원이 남아 있다. 동농 김가진이 쓴 독립문 현판은 둥글면서도 단호한 느낌을 준다. 두꺼운 획과 결연한 글자는 누구보다도 조선의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김가진은 독립문의 한글과 한자 현판을 직접 쓰면서 둥굴둥글한 필획과 전형적인 짜임새를 보여줬다.
독립문은 1896년 독립협회가 한국의 영구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던 자리에 모금운동을 통해 세운 것이다. 청일전쟁 후 시모노세키 조약에 따라 조선이 청나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자주 독립국이 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이완용이 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가진의 후손은 서체와 서풍의 일치와 김가진이 독립문 완공 후 ‘제국독립문’이 새겨진 먹을 만들어 배포했다는 사실 등으로 김가진의 필체라고 확인했다.
동농 김가진은 대한제국의 대신(大臣)이자 한일강제병합 후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망명해 독립전쟁에 몸 담았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 80-합(合)’ 특별 3부작으로 진행하는 전시 중 첫번째다. 경기도박물관은 김가진, 여운형, 오세창 등 3명의 인물을 조명한다.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동농 김가진의 정치와 예술의 일체된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번 전시는 김가진과 후손들의 다양한 관계 인물망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 근대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한다.
충절혈맥(忠節血脈)·개화선각(開化先覺)으로, 대한제국대신(大韓帝國大臣), 예술과 정치의 일치(政藝一致), 임정국로(臨政國老)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선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 화가 덴카이가 유화로 그린 김가진의 초상도 눈길을 끈다.
초상화에서 김가진은 대한제국 2등 칙임관 대례복을 입고 금사로 수놓은 무궁화 4개, 흰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는 손과 흰색 장식털을 두른 대례모를 들고 있다.
‘우뚝 선 너의 몸, 바라는게 없는 듯 하나. 바짝 마른 너의 몸, 걱정 담긴 듯하구나. 하느에 닿는 홍수의 소용돌이 에서, 누구와 배를 함께 탈까. 재야와 정부에서 백발만 머리에 가득하구나(광무 9년 동지에 육십 늙은이 동농)’
김가진은 초상화 왼쪽 모퉁이에 지은 시를 썼는데, 을사늑약 후 망국에 대한 걱정이 느껴진다.
이밖에 겸재 정선이 그린 ‘백운동도’, 명성왕후가 영의정 심순택에게 휘호한 ‘옥골빙심(玉骨氷心)’, 김구가 김의한에게 써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시’ 등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과 동농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광복회 후원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 관람료는 4천원으로 경기도민은 50% 할인되며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