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동과 거북시장 사람들의 기억, 예술로 기록

시장 간판 통해 음식, 풍경 조립해 지은 한윤정

석남동 사람들 만나 다양하게 기록해온 임동현

개성 강한 두 작가의 시선 담은 작품들 전시

한윤정 作 ‘공간터틀’(2025·왼쪽)과 ‘거북시장’(2025). 판넬에 아크릴, 유화, LED 박스에 시트지 꼴라주. 2025.6.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한윤정 作 ‘공간터틀’(2025·왼쪽)과 ‘거북시장’(2025). 판넬에 아크릴, 유화, LED 박스에 시트지 꼴라주. 2025.6.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서구문화재단은 지난해 5월 인천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에 문을 연 문화공간 터·틀에서 올해 한 해 ‘기억의 기록’이란 주제로 기획 전시를 이어간다. 그 첫 번째 전시 ‘마을 사람들’은 석남2동과 거북시장 일대(서구 문화의 거리)를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개성이 강한 두 작가의 시선으로 다뤘다.

오래된 가게 간판을 소재로 음식과 건물이 담긴 풍경의 조각을 맞춰 보이는 한윤정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장 한 쪽 벽면을 채웠다. 터·틀과 거북시장 가게와 사람 그리고 간판을 몽타주처럼 조립해 새로운 풍경의 건물을 지은 듯하다.

한 작가는 실제 간판을 만드는 재료인 아크릴 박스, LED, 간판용 시트지를 사용해 작품 속 ‘잘라낸 간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평면의 그림에 튀어나온 간판은 관람객의 상상을 작품 밖으로 확장하게 한다. 오래된 풍경을 작품 안에만 가두지 않도록 한다.

한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소박하지만 오래된 모습들이 무서운 바람을 이겨낸 숨결을 품었듯 내 작업 안에서의 엉뚱하면서도 재잘대는 존재들이 오랫동안 함께한 우리 일상의 묵묵한 또 다른 모습임을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임동현 作 ‘어떤 대화’(오른쪽 천장에 걸린 액자)와 석남동 사람들 모습을 담은 작품들. 2025.6.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임동현 作 ‘어떤 대화’(오른쪽 천장에 걸린 액자)와 석남동 사람들 모습을 담은 작품들. 2025.6.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임동현 작가는 2017년부터 석남동 인근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판화,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기록해왔다. 벽돌 담장을 배경으로 마주 앉은 두 여성의 모습을 담은 ‘어떤 대화’는 작품의 앞뒷면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천장에 걸어 전시했다. 임 작가는 이 작품을 목판에 판각한 후 잉크를 바르고 종이를 덮은 뒤, 종이 앞면을 흑연으로 문질러 판화와 프로타주를 혼합했다고 한다. 한쪽 면은 판화이면서 다른 한쪽 면은 회화적이다.

사람들의 얼굴을 나무 액자에 담거나 넓적하게 잘라 다듬은 나무 판에 그린 작품들이 옹기종기 놓였다. 임 작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다른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가 다양한 기법을 시도한 이유다.

임 작가는 재단 인터뷰 영상에서 “삶의 밑바닥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사용되다가 버려진 물건들, 생물체가 자기 생존을 위해 잘라버린 나뭇가지들, 이런 것들을 예술적 언어로 재구성해서 이 사람들의 각자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에 있는 문화공간 터·틀 전경. 2025.6.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에 있는 문화공간 터·틀 전경. 2025.6.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1970년 개설된 거북시장은 서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재단은 이번 기획 전시를 통해 그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석남동과 거북시장 이야기를 예술로 기억하고 풀어내고자 한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시장에서 수년간 비어 있던 2층 점포에 조성한 문화공간 터·틀의 성격과도 어울리는 전시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다.

전시장 주변 거북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는 덤이다. 재단은 두 번째 전시 ‘집, 길, 삶’은 올 8월에, 세 번째 전시 ‘문화의 거리로’는 10월에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