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그랬도 새천년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매그놀리아'(15일 개봉)는 무려 3시간 5분동안 갖가지 사연을 가진 인간들을 때로는 나열하고 때로는 결합시키면서 대단원으로 이같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실 '사랑'만큼 진부하면서도 가슴뛰게하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런 단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하면 그건 진부한 영화다. '부기 나이트'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사랑으로 고통받는 10여명의 인간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사랑을 회복하자고 호소한다. 그 사랑은 단지 연인사이의 사랑만은 아니다. 부자간, 부녀간, 부부간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포함돼 있다.
남성의 성적인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명 '여자공략법'을 앞세워 TV스타가 된 프랭크(톰 크루즈)는 어릴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방송인으로 성공한 그의 아버지 얼은 암말기 환자로 죽기 전에 아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얼의 아내 린다(줄리안 무어)는 돈을 보고 결혼했지만 뒤늦게 남편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최장수 퀴즈프로의 명사회자로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미도 사랑이 결핍된 존재다. 역시 암에 걸린 그는 자신때문에 집을 나간 딸 클라우디아에게 용서를 구한다. 꼬마 천재 스탠리는 어린이 퀴즈쇼를 이용, 일확천금을 꿈꾸는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천재성이 아니라 아들로서 사랑받고 싶어한다.
이들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보기엔 하나같이 성공했거나, 최소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인간들이다. 그러나 모두들 사랑의 부재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결국 얼은 병으로, 린다는 약물로, 지미는 권총으로 삶을 마감한다. 영화는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이집트를 벌하기 위해 동원했던 '개구리'까지 앞세우지만, 그건 종말의 매시지가 아니다.
영화가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버지에게 성적학대를 당한후 집을 뛰쳐나가 마약과 매춘에 의지해 사는 상처받은 클라우디아와 경찰로써 자신의 살에 충실한 짐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다수여서 언뜻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면을 바톤식으로 이어가는 파워풀한 카메라나 섬세한 독백, 대사등의 방식이 단단히 동여매진까닭에 영화는 밀도도 깊고 '사랑의 울림'도 만만치 않는 수작(秀作)으로 평가받기에 모자람이 없어보인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
새영화"매그놀리아ൗ일 개봉
입력 2000-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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