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드리블'(97년), '허탕'(99년), '박수칠때 떠나라'(2000년)등으로 연극계를 이미 정복한 그는 각본및 연극연출, 시나리오및 영화연출등 모든 분야에서 팔방미인임을 공인받은 '이 시대 문화예술계 최고의 르네상스맨'이라 할만하다. 영화개봉, 일본 모리오카영화제 참가(10월 18일~22일), 용인에 사는 아버지의 지병에다 몸살 감기까지 겹쳐 다소 핼쑥해진 그를 서울 논현동에 그가 차린 매니지먼트겸 기획사인 '수다'에서 만났다.
-'연출의 변'에서 밝혔듯이 '킬러들의 수다'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설정에 허구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증오'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이다. 기획하게된 배경같은게 있다면.
“특별한 계기같은 건 없다. 오래전부터 그냥 머리속에 킬러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는데, 운 좋으면 작품에 들어가는거고 그렇지 못하면 그만이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를 본 영화관계자들 대부분이 다른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면 아예 포기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색깔을 입히든지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만큼 연출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얘기인데.
“시나리오 장면 하나 하나가 내 머리속에 담겨있는 것이기에 연출하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도 그렇고 모든 작품에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난 아이디어들이 담겨있다. 자신을 움직이는 '에너지'같은게 있다면.
“'미숙함'이다. '킬러들의 수다'를 보면서 이를 갈았다. 네번째 영화때 두고보자고 속으로 다짐했다. 매 작품마다 시행착오가 눈에 보인다. 그건 '미숙함'이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오기가 나를 무대로 스크린으로 끌고간다.”
-이번 영화에 아쉬움이 있다는 얘긴가.
“늘어지는 부분이다. 영화를 보면서 생략이나 압축을 왜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두고두고 했다.”
-신현준의 연기변신이 인상적이다.
“촬영전에 현준이 형과 사적인 자리를 많이 가졌다. 현준이 형에게 주변에서 들리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이번에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고 서로 다짐했다. 촬영전 한달동안 이어진 리허설에서 현준이 형은 자신의 틀을 깨는 것에 신나했고 촬영 중반에 이르러서는 물오른 코미디 연기까지 보여줬다. 신현준이라는 배우가 차별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 영화에서 거둔 수확중 하나다.”
-원빈이 사랑얘기를 하는 장면은 웃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압권이었다.
“손짓에서 블로킹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계획한 의도적인 장면이었다. 계산했던 것보다 관객들이 빨리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면서 영화의 성공을 예감했다. 배우들은 진실된 연기를 하고 장난은 시나리오가 칠때 관객들은 꼼짝못하는 코미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관객을 웃길 수 있는 기교를 터득하고 있다는 얘긴데.
“여러번 웃기는 것은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웃음소리의 질, 수준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수다'가 기획, 제작하는 단편프로젝트 3편을 프로듀싱 하고 있고 내년 겨울에는 2년 반만에 연극 한편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연극이 끝날때까지 영화계획은 없다. 장기적으로는 '수다'가 기획하고 일본이나 미국의 감독 배우들을 기용하는 영화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