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가'전에 출품되는 유에 민쥔의 .
중국이 뜨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그 본격적 변화를 알려 주
는 또 하나의 신호탄이다. 사회변혁은 예술의 물길도 크게 바꿔 놓는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 미술은 급격한 자유의 흐름을 타
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의 빌딩숲. 이 건물들
이 필요로 하는 미술품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도 공공미술품 설치 의무
제를 곧 도입할 예정이다. 미술품 수요가 넘쳐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고 하겠다.
중국 미술은 국외에서도 뜀박질을 계속한다. 국제적 작가들이 해마다 늘
고 있고, 이들의 작품 가격은 화교 문화권을 중심으로 수직상승중이다. 이
런 추세는 적어도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까지는 유지되리라는 전망이
높다.
오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
는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가'전. 이 전시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
반의 작가로 중국 회화의 현주소를 살피려 한다. 내년의 한-중 수교 10주
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겼다.
초대작가는 쩌우 춘야(46), 왕 광의(44), 유에 민쥔(39), 쩡 하오(38),
쩡 판즈(37). 이들은 톈안먼 사태 후 각광받는 중국 전위미술의 선두주자들
이다. 제47회 베니스 비엔날레 때부터 각종 국제미술전에서 중국 돌풍을 일
으키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전통과 현대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역동적 중국 현실에서 잉태했다. 자본주의의 예술경향을 과감히 수용하면서
도 전통은 전통대로 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팝아트
(Political Pop Art)와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를 소개하려는
게 주최측의 의도다.
왕 광의는 정치적 팝아트 조류를 이끌어 가는 주역이다. 그는 < 대비판(大
批判) > 시리즈에서 문화혁명기의 정치선전 포스터 이미지와 자본주의의 유
명 브랜드를 한 화면에 배치해 개방화 이전과 이후를 대비시키고 그 합류
점을 찾고자 한다.
독일 유학파 쩌우 춘야는 암석, 화훼, 영모 등 중국 고유의 소재를 독일
의 신표현주의 양식으로 재현했다. 서양적이면서도 중국적인 회화의 특징
을 보여 주는 것이다. 출품작은 자본주의의 욕망을 자신의 애완견을 모델
로 해 드러낸 < 녹색 개 > 등.
유에 민쥔은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자신을 모델삼아 복
제인물의 과장된 웃음을 시니컬하게 묘사했다. 그 웃음은 일견 유쾌해 보이
나 타인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인간의 가식과 불완전성을 깨닫게 한다.
쩡 하오도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담았다는 점에서 유에 민쥔과 일맥상통한
다.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람과 사물을 미니어처처럼 축소ㆍ변형시킴으
로써 사회변화 속에 소외돼 가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출품작은
< 8월 29일 > 등.
독일 표현주의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쩡 판즈는 쩌우 춘야와 묶어 생각할
수 있다. 소개 작품은 < 가면 > 시리즈. 자신을 철저히 가리고 사는 현대
인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내면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는 러
시아 사실주의의 냄새도 풍긴다.
이들 작가는 중국에 거주하며 회화의 변혁을 주도한다. 국경을 훌쩍 뛰
어넘은 가운데 서양회화의 경향을 과감히 수용하고 있는 것. 중국의 전통
을 현대로 연결시키는 재주도 눈여겨 볼만하다. 유화 물감을 쓰면서도 수
묵을 구사하듯 일필휘지로 갈겨 버린다. 물감이 흘러내리는 기법은 수묵
의 요소를 그대로 받아들인 예이다.
갤러리측은 '수교한 지 10년이 돼 가지만 한-중 양국의 미술교류는 극히
초보적이다'면서 '대표적 소장 작가로 중국 현대미술의 추이를 가늠해 본다
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쩌우 춘야는 전시를 계기로 내한, 28일 오전 10시 이화여대 박물관에
서 '중국 현대미술의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
725-1020.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