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력한 '판
타지 기류'가 접근하고 있다. '1954년 첫 출간된 이후 전세계 1억명 이상
의 독자를 확보한 동명 소설', '제59회 골든 글로브상 최우수작품상등 4개
부문 노미네이트', '지난 19일 개봉이후 닷새동안 7천310만달러 흥행수입
(역대 12월 개봉영화중 최고 스코어)', '동시개봉된 유럽 15개국에서 총 6
천만달러 수입' 등등.
 '반지의 제왕'(1월 4일 개봉)의 기류 강도는 '해리포터와…'와 견주어 결
코 뒤지지 않는다. 때문에 지난 주말 현재 전국 168만명을 돌파한 '해리포
터…'와 3주 늦게 개봉되는 '반지의 제왕'의 한국내 흥행 성적이 이래저래
흥미거리다. 외국의 경우 일단 평단의 반응은 '반지의 제왕' 쪽으로 쏠려
있다. “영화 역사를 바꾼 10대 걸작(더 선)”, “올해 최고의 작품(롤링스
톤스)”, “'해리포터와…는 아이들 놀이지만 '반지의 제왕'은 걸작이다(타
임즈)”등이 그 것.
 이에비해 흥행면에서는 '해리포터와…'가 더 유리할 것으로 신중히 점쳐
지고 있다. '해리포터와…'의 감독이 할리우드 흥행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
이고, '반지의 제왕'은 뉴질랜드의 괴짜감독으로 통하는 피터 잭슨인 점이
하나의 예. '해리포터와…'의 러닝타임이 2시간 33분인 반면 '반지의 제
왕'은 2시간 58분인 점도 흥행 변수중 하나. 미국에서는 개봉 첫날만을 놓
고 봤을 때 8천200개 스크린에서 선보인 '해리포터와…'가 3천2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5천700개 스크린에서 1천800만달러를 기록한 '반지의 제
왕'을 앞섰다.
 '반지의 제왕'은 무소불위의 절대반지를 놓고 벌어지는 선악의 대결을 기
둥축으로 하고 있다. 반지가 세상을 지배하던 아주 먼 옛날, 악의 화신 사
우론은 절대반지를 만들어 신에 대항하다가 패배한 뒤 지하세계로 사라진
다. 세월이 흘러 우여곡절끝에 절대반지는 난쟁이 종족중의 한명인 프로도
(이안 홀름)의 손에 들어간다.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컬린)는 사우론이 다
시 절대반지를 낄 경우 악의 무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다.
 프로도는 간달프의 도움속에 친구및 전사들과 함께 절대반지를 없애는 유
일한 방법인 용암이 치솟는 운명의 산 분화구를 찾아나선다. 거대한 온갖
괴물들과의 처절한 싸움끝에 원정대 전사들은 모두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프로도와 친구 샘이 운명의 산에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오
딧세이'등 '영웅신화'의 궤적과 호흡하는 '반지의 제왕'은 '출발'격인 셈으
로 '성취'와 '귀환'에 해당하는 2편과 3편은 내년과 내후년 크리스마스 시
즌에 각각 개봉될 예정이다.
 이런 영화는 '반지원정대'라는 부제를 단 첫번째 시리즈물이지만, 그 자
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와 깊이를 담아냈다. 우선 영화 곳곳에 자리잡은 깎
아지른 절벽이나 협곡, 만년설이 뒤덮인 산맥등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장
대한 스케일을 표현해낸 특수효과나 미니어처도 기존 영화들보다 한 수 위
다. 광대한 배경속에서 악의 무리들과 맞서는 반지원정대의 모험은 시종일
관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여기에다 악의 화신에 목숨건 프로도및 전사들의 갈등이나 용기, 배신한
마법사의 이중성등은 영화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다. 거의 완벽에 가
까운 판타지이면서도 무엇보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이유때문에 '걸
작'이라는 외지의 평을 부정하기가 힘들어진다. 보통 영화의 두배에 이르
는 2시간 58분이 내내 판타스틱하다는 이유 하나만을 놓고도 '반지의 제
왕'은 확실히 '걸작'이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