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시저의 로마군에 대항,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던 '아스테릭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미국 대중 문화에 맞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만화로 전세계 54개국에 수출된 '아스테릭스'는 햄버거 캐릭터 컴퓨터게임 테마파크 등으로 확산됐고, 지난 99년 만들어진 동명의 장편 영화는 유럽 각국에서 '타이타닉'을 누르고 그 해 최고의 유럽영화로 우뚝 서는 기염을 토했다.

'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30일 개봉)는 지난 99년의 속편격인 영화. '아스테릭스'에 대한 자신감때문인지 전편보다 스케일이나 코미디 등이 훨씬 커졌다. 총 6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물량공세나 비주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며 영화에 뮤지컬, 로큰롤도 모자라 '와호장룡', '매트릭스' 등을 패러디한 액션장면들을 마구 섞어놨다. 액션신에서 등장인물들이 중국어로 얘기하는 장난끼 가득한 '주성치식 코미디'나 '스핑크스의 코가 오벨릭스 때문에 잘려 나갔다'는 능청스런 역사 뒤집기에 이르면 자신감이 지나친게 아닌가하는 우려로 웃음이 나올 정도. 어쨌든 미국 대중문화와 겨룰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 코드'를 보유하면서 그 코드를 확대 재생산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부러운 부분이다.

시저와 민족에 대한 자존심 논쟁을 벌이던 클레오파트라(모니카 벨루치)는 “3개월내에 세계최고의 궁전을 건설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자존심 불똥은 건축가 누메로비스에게 옮아가고 완성하지 못할 경우 악어밥이 된다는 엄명에 누메로비스는 아스테릭스(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오벨릭스(제라르 드 파르디유)를 찾아 먼길을 떠난다. 마법 물약의 힘으로 웬만한 바위는 축구공다루듯 하는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 두 사람의 힘으로 궁전이 모습을 갖춰가자 시저의 방해가 본격화되고….

이 영화는 프랑스에선 무려 1천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편을 능가했다.감독은 '디디에' '타인의 취향' 등의 배우로 시저를 연기한 알랑 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