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56,송도 아암도〉
바다에 접해 있지만 좀처럼 바다를 느끼기 어려운 도시가 인천이다. 군사목적상 해안선에 설치된 철책으로 인해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것이다. 소래에서 검단까지 65.3㎞에 달하는 해안선 중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은 불과 17.9㎞. 철조망이 없는 구간에도 항만시설이 들어서 시민들은 바다를 곁에서 느끼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인들에게 「바다로 나가는 출구」로 기억되는 섬이 하나 있다. 바로 아암도다. 면적이 1천8백32평에 불과한 바위섬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바닷물이 빠진 갯벌위에 소나무를 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다. 크기가 너무 작아 인천시가 발간하는 섬 안내책자에서도 외면당하는 등 「섬 취급」을 받지는 못했으나 아암도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흡인력」을 가진 섬이었다.
지금은 연수구 옥련동 해안도로변에 위치해 있지만 매립 이전의 아암도는 송도유원지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송도유원지 후문에서 4백~5백여m 떨어진 갯벌위에 두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돌다리가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이 돌다리로 인해 홍해를 연상케 하는 길이 열렸고, 송도유원지를 찾은 시민들은 마치 피난민의 행렬처럼 줄지어 아암도로 향했다. 그리곤 이 손바닥만한 섬에 올라앉아 바다의 정취를 만끽했다.
송도유원지로 소풍가는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통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기심에 이끌려 아암도로 향했다. 소풍 시즌이면 아암도에 갔다 온 「말썽꾸러기」들이 선생님에게 기합을 받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기도 했다.
아암도는 특히 해질 무렵 젊은 연인들이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모여드는 장소로도 각광받았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엔 밤늦게 물이 빠지고 나면 통금에 걸린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일부러 오후 늦게 연인을 데리고 아암도를 찾는 「음흉한」(?) 부류도 있었는데 당시 이들의 「연애담」은 술자리에서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아암도되찾기운동시민대책위원회」 정춘근위원장(50)은 『아암도는 인천사람과 송도유원지, 그리고 바다와 개펄을 하나로 묶어주는 애향의 한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바닷물을 만질 수 있고 개펄에 뛰어다니는 망둥어와 게를 볼 수 있어 인천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아암도는 송도유원지 공유수면매립공사로 인해 이젠 섬아닌 섬으로 남았다. 송도 일대는 모두 3개 지구로 나눠 56만4천평을 매립했다. 지난 89년 아암도 바로 앞 개펄까지 송도 3지구 매립공사가 완료되면서 해안선에서 돌출한 형태를 띄게 됐다. 이제 아암도 바로 앞엔 지난 94년 7월 개통된 폭 40m의 해안도로가 시원스럽게 지난다.
아암도는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개방됐다가 수개월만에 폐쇄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95년 3월 인천시와 군부대가 용현갯골수로에서 아암도까지 구간에 설치된 군 철책선을 철거키로 합의각서를 체결한 뒤 같은해 6월 아암도를 중심으로 4백여m 구간의 철책선을 철거했다. 당시 인천시는 아암도를 하와이 와이키키형 관광위락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아암도 일대에 모래를 부어 인공백사장을 꾸미기도 했다. 인공백사장은 사실 터무니 없는 계획이었다. 얼마 안가 모래는 바닷물에 휩쓸려 다 없어졌고, 결국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또 철책이 철거된 뒤 행정기관의 관리소홀로 아암도 일대엔 1백여개에 이르는 노점상들이 난립, 수시로 이권을 둘러싼 폭력사태가 벌어지는 등 불법과 무질서가 판을 쳤다.
이처럼 아암도가 물의를 빚자 시는 결국 개방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같은해 11월 아암도에 다시 철조망을 치고 2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전문용역업체에 철거작업을 의뢰했다. 노점상 철거작업은 11월 24일에 단행됐는데, 노점상인들이 8m 높이의 망루에 올라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완강히 저항하는 바람에 아암도 일대에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노점상인 한명이 실종됐다가 나중에 아암도 앞 해변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서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맛보게 했던 아암도가 최근 개인에게 매각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시 출자법인인 인천도시관광(주)이 지난 10월 3억6천5백만원에 아암도를 어느 특정인에게 판 사실이 인천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인천시는 아암도를 다시 사들여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작업이 순탄할 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아암도는 내년 4월 개방을 앞두고 있어 친수공간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의 가슴을 또 한번 설레이게 하고 있다. 철책선이 철거되는 구간은 아암도에서 번개
[激動한세기…인천이야기·56]송도 아암도
입력 1999-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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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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