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사이에 시중은행 두 곳이 총기강도에 의해 털리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1일 대구 K은행에 엽총강도가 위협사격을 하며 1억원을 털어가는 폐쇄회로 TV장면이 전국에 방영됐는데도 다시 21일 대전 K은행 현금수송차량이 권총강도를 당했다는 것은 치안태세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뒤늦게 금융기관 특별경계령을 내리고 민생치안에도 주력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더욱 대담한 범행이 저질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강력한 살상무기로 손쉽게 개조할 수 있는 엽총류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에 넣을 수 있을만큼 유통·관리가 허술한데다, 러시아 등 해외에서 흘러든 권총 등은 그 정확한 수량이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실정이다. 대구사건 범인들의 경우 범행 3일전 한 총포사에서 주인을 살해하고 탈취한 엽총으로 은행은 턴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의 범인들은 은행 출납과장에게 서슴없이 권총을 쏴 숨지게 하고 단 4분만에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들을 흉내낸 또다른 범죄자들이 무모하게 범행을 시도한다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강도는 은행내부의 사정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일어나기 어려운 범죄다. 대전사건의 경우도 범인들이 현금수송시간이나 절차, 경호태세 등을 사전에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의 범인들도 내부구조와 고객의 숫자 등을 면밀히 파악해 둔 상태에서 범행절차를 치밀하게 준비했을 터이다. 대전의 범인들이 이용한 도주차량은 수원시 팔달구에서 훔친 것으로서 이들이 전국을 활동무대로 범행을 계획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경찰이 가장 우선 해야 할 일은 어디선가 방범망의 허점을 비웃고 있을 이들을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 검거함으로써 잇따른 모방범죄를 사전차단하는 것일 터이다.
이들 은행강도 사건이 아니더라도 연말엔 으레 각종 강·절도 사건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특히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고, '한탕'을 노리는 심리도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범죄의 유혹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근본적으로 모색돼야 하겠지만, 우선은 안일한 방범의식을 재점검하고 취약한 치안사각지대를 보강하는 일이 시급한 시점이다.
잇따른 은행강도 불안한 연말
입력 200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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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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