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전과자라면 일단 경계심과 함께 요주의 인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과의 내용에 관계없이 무조건 죄를 짓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게 된다. 취직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경우 알게 모르게 제약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다. 더구나 죄를 짓지 않고 법규를 어기지 않았는데도 전과기록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형사 입건됐으나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이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수사경력자료에 기록되어 전과기록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벼운 죄를 짓거나 경미한 처벌을 받았을 때에는 이러한 전과기록이 삭제·폐기된다. 기록 자체가 없어지므로 전과자로 오해받는 일은 없게 된다. 평생 전과기록이 따라다녀 사회적으로 많은 불이익을 받는 일도 사라진다.
정부가 '형의 실효등에 관한 법률'을 고쳐 가벼운 전과기록은 모두 삭제·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같은 전과자의 양산(量産)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2월쯤 시행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구류(29일 이하의 징역)나 과태료 등 벌금형 미만의 가벼운 처벌을 받은 전과기록은 없어진다. 또 검찰로부터 기소유예나 불기소처분을 받은 경우, 법원으로 부터 무죄·면소·공소기각 등의 판결을 받은 전과기록은 5년이 지나면 없어진다.
이제까지는 전과가 말소되더라도 수사자료는 남았으나 앞으로 가벼운 범죄의 경우 수사자료 자체가 폐기되므로 전과기록의 기초자료가 원천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경우 전체 전과자 1천300만명 중 431만명에 대한 수사경력자료가 폐기돼 그만큼 전과기록과 전과자가 줄어들게 된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지나친 전과자의 양산을 막아 국민의 생활불편과 애로를 해소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법규를 잘 지키고 준법정신이 철저한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또한 앞으로 법개정 취지를 악용해 가벼운 처벌이나 법규위반을 가볍게 보는 사례가 늘지 않을까 염려된다.
따라서 정부와 치안당국은 전과기록 대상이 아니더라도 법규위반 행위를 더욱 철저히 가려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모처럼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조치가 국민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키고 법 경시풍조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면 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과기록 삭제의 양면성
입력 200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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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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