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에서 수억원짜리 회원권 소지자를 제쳐놓고 비회원이나 특정인들에게 예약을 우선 배정한 골프장과 콘도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보도는 무질서한 우리 예약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콘도 골프장 종합체육시설업 등 회원제 사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비회원이나 특정회원에게 예약 선배정을 한 13개 골프장과 15개 콘도 및 호텔을 시정 또는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골프장이 60여곳이나 몰려 있는 경기도의 경우만 하더라도 담당공무원들이 힘깨나 쓰는 권력기관들의 골프장 예약 요청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1주일 내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몇년 전에는 한 검찰지청에서 여름철 성수기에 설악산 인근의 콘도예약을 무더기로 부탁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고 신문 방송사의 골프담당기자들이 간부들의 골프부킹(사전예약) 청탁을 거부키로 결의하기도 했다. 이쯤 되다 보니 이번에 적발된 골프장이나 콘도가 부당한 압력과 폐해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공무원들은 도건 시·군이건 간에 골프장 관련부서로 발령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생활체육, 관광 담당 공무원의 주된 업무 가운데 하나는 골프장의 산림훼손이나 농약사용, 음식점 불법영업, 불량식품 판매 등을 단속하는 일이지만 이들은 높고 힘있는 분들의 골프 예약을 위해 골프장을 상대로 간청을 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골프장이 저지르는 불법은 웬만하면 눈감을 수 밖에 없다. 콘도나 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수기 때는 회원들도 추첨을 통해 예약을 받는 현실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회원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관계 공무원이나 골프장 콘도들은 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골프장과 콘도 부킹을 청탁하고 협박한 공직자와 관계기관들의 명단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또 업주들은 떳떳하게 영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림훼손이나 맹독성 농약살포 등으로 물의를 빚는 골프장들에 대한 정당한 제재도 가능해진다. 골프장이나 콘도들도 자성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늘의 별 따기'인 주말 골프를 위해 사설 부킹알선업체들에게 수십만원에서 심지어 수백만원까지 줘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장의 비리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선돼야 할 골프·콘도 예약문화
입력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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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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