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syndrome)이라는 말은 원래 정확한 병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정한 공통성을 지닌 병적인 징후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때 쓰이는 의학용어다. 우리 말로 증후군이라고도 해석되는 신드롬은 육체적, 정신적 병적 징후를 일컫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사회적인 이상현상에도 붙는 수식어로 통용되기도 한다. 신드롬이라는 용어자체에 정상을 벗어난 상태라는 의미가 깔려있어 사회현상에까지 별 생각없이 이 말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왜냐하면 어떠한 사회현상이 나타났을 때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미리 이상현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신드롬이라는 말이 변형된 상태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신드롬은 사회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유행이라는 용어와는 뜻이 다르다. 왜냐하면 신드롬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회현상에는 정확한 실체는 파악하기 어려워도 신드롬에 동참하는 개체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드롬의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라는 양면성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회가 부정적인 신드롬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들어 다양한 성향과 욕구를 반영이라도 하듯 갖가지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 커다란 저택에서 혼자 살며 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는 가수 마이클 잭슨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성인사회에 쉽게 적응을 못하거나 성인이 되기를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속하는 이들이 늘고있다. 그런가하면 2세가 태어나기 전인 예비아빠들이 임신한 아내와 똑같이 식욕상실, 구토증세를 보이는 '꾸바드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하고 퇴근하기가 무섭게 집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사도 돕는 등 완벽한 역할을 해야 속이 풀리는 '아틀라스 증후군'에 속하는 가장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가 늘 옆에서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안심이 되는 '보디가드 증후군'과 이에 대비되는 증후군으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엘리트를 지향하는 직업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슈퍼우먼성 힐러리 증후군'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또 50대 주부들 가운데 자녀가 모두 성장해 곁을 떠나자 삶의 의미를 잃고 심한 우울증과 허탈감에 빠져버리는 '빈 둥우리 증후군'을 앓는 이들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위에서는 별 것이 아니라고 지나치지만 당사자는 심각한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된다.
무기력해진 경제탓인지 요즘 사회분위기가 사뭇 어둡다고들 한다. 경제활성화 방안을 놓고 여야의 해법이 달라 기업인들도 나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며 정치권의 경제살리기 해법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역설적이기는 하나 국가차원의 새로운 신드롬을 창조해 봄직하다. 70년대 한국경제를 일궈낸 것도 어떻게 보면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사회적 신드롬에 대다수 국민이 빠졌었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드롬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유하려는 은밀한 소망이나 가치관이 담겨있다. 심리적으로 남과 다른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의존적인 정신상태와 남보다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는 것이 신드롬의 속성이다. 그래서 이러한 신드롬의 속성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자기를 돌아보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압력에서 스스로를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신드롬이 지닌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살려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문제는 국민에게 정신적인 지주인 진정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요즘같은 세상에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민정서와 코드가 맞는 지도자를 찾아내는 것이 이 시대의 화두다./ 이용식(지역사회부장)
새로운 신드롬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0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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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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