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 이후 공무원 사회에서 자치단체장 측근들은 '정무 부시장'으로 불린다.
실제 이들중 일부는 단체장을 배경으로 인사는 물론 각종 이권사업에 깊숙히 개입하면서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힘 자랑을 하고 있다.
상당수 공무원은 '괘씸죄'에 걸릴까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처지이고, 기세등등한 측근들은 공직자를 마치 하급자 취급하는 한심한 작태가 속출하고 있다.
화성시청 간부 공무원 폭행 사건을 계기로 단체장 측근들의 전횡과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A시에서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던 중소건설업체 대표 P씨는 수차례 사업승인이 반려되자 정상적인 절차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P씨는 로비를 통해 사업승인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 사업승인과 관련된 고위 공무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허사였다.
P씨는 이런 저런 정보를 듣고 뒤늦게 단체장의 측근에게 접근했고, 의외로 쉽게 사업승인을 받아 냈다. 단체장 측근이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은 게 특효였던 셈이다.
또 B시 모 시장의 측근으로 비서실장을 지낸 K씨, 2000년 C시 모 시장의 비서가 각각 사업승인과 관련해 건설업자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단체장 측근들의 막강한 권력(?)앞에 법과 규정은 무용지물이었고, 이들을 통하면 안되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
공무원들은 '측근의 비위를 거슬렀다 자칫 단체장 눈 밖에 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일부 눈치 빠른 공직자는 아예 명령(?)에 복종하며 줄대기를 하기도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단체장의 비선(秘線) 라인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공무원들이 상급자 결재에 앞서 측근들에게 먼저 보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직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단체장 측근들의 막강한 힘의 원천은 물론 단체장에 있다.
단체장이 노골적으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현실에서는 공직자들이 납짝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 기초단체장이 각종 공식행사에 측근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단체장은 또 인사는 물론 각종 정책 등 행정 전반에 걸쳐 이들과 협의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공유하고 있다.
몇몇 단체장의 경우 저녁 일정은 비서가 아닌 측근들이 잡은 스케줄에 의해 움직일 정도로 이들은 항상 단체장의 지근거리에서 행정 등 모든 업무에 관여·간섭하고 있다.
표를 먹고 사는 단체장들은 다음 선거를 위해 당선의 일등공신인 측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부 공무원들은 인사 등 혜택을 받으려 먼저 줄을 대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단체장을 등에 업은 측근들이 공직사회에서 '부시장' 이상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D시 공무원은 “일부 측근들은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청탁아닌 명령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괘씸죄를 우려해 무리를 해서라도 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지방자치] (1) 단체장 측근들의 전횡
입력 200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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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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