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의 미소가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다'.
'욘사마'(배용준의 일본식 애칭)는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최근 '욘플루엔자'(욘사마+인플루엔자)라고까지 불리는 일본 중년 주부들의 배용준에 대한 매료는 일파만파로 계속 번져가고 있다.
일본 NHK방송 관계자는 미국의 'ER(응급실)' 등 세계 인기드라마를 수없이 방영했지만 ‘후유노 소나타’(冬のソナタ·'겨울연가'의 일본제목)처럼 폭넓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엇 때문에 일본인들은 '겨울연가'에, 그중에서도 특히 욘사마에 열광하는가.
일본 여성들의 배용준에 대한 몰입은 부드럽고 섬세한 데다 애정표현을 듬뿍 쏟아내는 로맨틱한 남성상이라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 남성보다 강인해 보이는 한국 신세대 남성의 매력이 일본 여성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
벌써 일본에서 네 번째 방영하고 있는 '겨울연가'의 '준상'(배용준 역) 이미지는 일본인들에게 특히 여성팬들에게 잠재돼 있던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배용준의 주요 팬층은 일본의 전후세대인 40~50대로 힘들게 젊은 시절을 보내온 이들에게 '겨울연가'의 준상은 일종의 정서적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연가'에서 나온 준상의 사랑은 인내를 강요당해온 이들 세대에게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눈물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지금의 신드롬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욘사마 효과를 놓치지 않고 이용해 재창출한 일본의 기업과 매스미디어가 욘사마 열풍의 증폭제로 작용했다. 광고모델을 기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소니가 배용준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소니 매장에서는 기현상까지 빚어졌다.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 모델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욘사마 캠코더'를 주문한다는 것. 물론 건강음료, 초콜릿 등 다른 상품들의 매출도 광고 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하며 배용준의 상품가치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배용준을 좋아하는 팬의 90% 이상이 가계의 구매권을 쥐고 있는 30~60대 주부라는 점 때문에 기업들은 앞다퉈 배용준 모셔가기에 열을 올렸고 각종 광고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욘사마가 더욱 친숙한 존재로 다가가는 효과를 낳았다.
신문·방송·잡지 등도 마찬가지다. 욘사마 소식을 전해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마다 경쟁적으로 욘사마를 다루기 시작했다. 최근엔 일본 공영방송 NHK가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이 된 남이섬과 춘천, 한류 스타를 소개하는 8시간짜리 대형 생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프로그램 제목은 ‘한국을 통째로…알고싶다! 가고싶다! 보고싶다!’ NHK가 해외의 문화, 관광명소를 장시간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식으로 매스미디어들은 자연스레 '욘사마'의 이미지를 일본인의 뇌리에 재각인시키고 이것은 또 배용준을 기용한 업체의 매출로 이어지며 또 다른 시너지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이나 매스미디어의 욘사마 효과 재창출 이전에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스타 배용준의 철저한 팬관리가 있었다는 점. 배용준은 일본팬들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지나친 노출을 피하며 적절한 신비감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배용준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팬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상상속에 그리던 멋진 이미지”라며 “과도한 노출로 그런 신비감이 깨지지 않도록 불필요한 대외활동은 자제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배용준은 기자회견장에서 부상당한 팬들을 '가족'으로 칭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또 혹시 모를 팬들의 부상시 치료를 위해 10억엔 상해보험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인들에게 배용준은 '책임있고 어른스러운 스타'로 비쳐졌다.
뿐만 아니라 배용준이 사진전의 수익금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는 소식이 일본에 전해지자 욘사마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더욱 치솟고 있다.
사회학자인 도쿄(東京)대학 대학원 하야시 가오리(林香里·41) 조교수는 최근 도쿄에서 열린 겨울연가 주제가 콘서트에 참석한 팬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겨울연가의 무엇이 좋으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출연자와 영상, 스토리 등을 골고루 들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뤘던 것으로 분석됐다.
하야시 조교수는 “겨울연가 팬의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자신을 억제하고 자식과 남편, 부모의 일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세대”라고 분석하고 “자기 뜻을 관철하는 삶을 살지 못한 여성들이 겨울연가 주인공의 한결같은 모습에 공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류열풍] 겨울연가 신드롬…왜 욘사마인가
입력 2005-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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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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