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단들.
 23. 리틀 나담 축제와 울란바토르의 이모저모

 *축제장에서 만난 사람들
 울란바토르 시내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간단 사원을 중심으로 가장 큰 규모의 나담축제가 벌어지는 7월이면 이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8월에도 리틀나담이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노마드(유목민)의 기질을 가진 몽골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낙천적인 기마 민족이다. 그날은 울란바토르 인근 초원에 철도인을 위한 축제라 하여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규모로 보면 결코 리틀나담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축제는 주로 일본 스모와 유사한 씨름과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말타기 등이 있으나 축제기간만은 누구나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즐긴다. 크고 작은 경주가 있지만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말타기와 씨름대회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명예뿐 아니라 부(富)까지도 함께 얻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각지에서 모여든 선수들의 열정도 대단해 보였다. 사람들은 주로 씨름대회가 열리는 중앙에 둥그렇게 모여 제각각 열띤 응원으로 승자에겐 환호를, 패자에겐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탄 채로 경기를 둘러보는 풍경은 이채롭기 그지없다.
 축제에 오는 이들은 나이든 어른이나 어린아이들일 경우 주로 그들의 전통의상인 델을 입는다. 우리네 두루마기 같은 커다란 외투에 노란색이나 주황색 천을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중절모를 쓰고 여름에도 가죽장화를 신는데 말을 탈 때나 외출을 할 때에도 대개 이 같은 패션을 보여준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몽골에서도 축제에는 역시 먹거리이다. 주로 양고기와 야채를 이용한 꼬치구이나, 속에 양고기를 갈아넣고 호떡처럼 넓적하게 빚은 만두를 기름에 튀기는 음식을 즐기지만 주재료는 밀가루와 고기다. 그밖에도 도처에서 재미난 공연이 펼쳐지고 속임수 도박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다양한 이벤트가 계속된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아이락이라 불리는 술 마유주다. 한쪽에서는 말달리기 경기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고 한쪽에서는 마유주에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흥겨워하고 있다. 예전 우리네 난장과도 같이 마두금 반주에 맞춰 노래로 구경꾼들을 모으는 악단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모두들 축제의 맛을 아는 듯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취해 언성을 높여 폭력을 쓰거나 구걸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시내에선 민속공연만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을 찾아가면 언제나 그들의 민속공연을 볼 수 있다. 민속악기로는 가야금과 마두금 연주를 들 수 있지만 그밖에도 중국에서 건너온 듯한 악기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민속공연은 흥미롭다. 리듬은 빠르고 경쾌하며 악기는 여러 가지를 함께 쓰는 오케스트라보다 두세 가지로 연주하는 게 보통이다. 무용도 보통 두 세 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 무대에 나오는데 춤사위 또한 가볍고 유쾌하다. 또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음량은 매우 돋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콧소리로 부르는 특이한 창법이었는데 그들은 그 음악을 그냥 허밍이라 부른다. 아무리 들어도 따라할 수 없었던 기기묘묘한 소리에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흥겨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던 날 보았던 극장 탱기스에선 우리 나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가 여행이 끝난 마지막날까지도 붙어있었다. 장동건과 원빈의 모습이 그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다. 역사박물관, 스흐바토르 광장, 자연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도 기억에 남지만 울란바토르 시내에선 ‘서울의 거리’ 주변으로 한국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울란바토르에서 내가 머물던 14구역은 예전 소련군기지가 있던 곳으로서 아직도 뒤 산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주변의 건물들에서 그 잔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든 울타리 치기를 좋아하는 몽골사람들은 게르는 손바닥만하게 지어도 나무로 만든 울타리는 몇 백 평씩 돌아가며 세우는데 이 울타리는 자기 소유의 개념이 강한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 허나 어디를 둘러봐도 문제의 울타리들이 아름다운 천막집 게르조차도 몰풍경을 빚어내는 것은 아쉬웠다. 추위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건물의 외벽의 두께는 60㎝이상이라야 허가를 내주는 법 때문인지 신축한 건물들은 투박해 마치 군사기지처럼 멋없고 단단해 보인다.
 이 14구역에선 마을 뒤 산으로 올라가면, 건너편으로 멀리 대통령 하계궁과 옆으로는 흰 대리석의 우뚝 솟아있는, 러시아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무명용사와 영웅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자이승기념탑을 볼 수 있다. 조금 발품을 팔아 자이승기념탑으로 올라서면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곳에선 울란바토르 전지역 전력을 담당하는 화력발전소의 거대한 굴뚝을 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