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이란 조선후기의 집권층인 서인(西人)이 벌열(閥閱)을 이루면서 성리학을 앞세워 철학적 관념논쟁과 공리공론(空理空論)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을때, 공·맹의 원시유학에 기초한 실사구시적 사상체계를 구축해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고 부국강병을 이루려했던 일련의 사상체계를 말한다. 이 개혁을 주도했던 3인의 대표적 인물인 반계(磻溪) 유형원, 성호(星湖) 이익,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 모두가 경기도 출신이다.
 
경기도에서는 이에 착안해 경기도를 '실학벨트'로 정하고 실학현양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실학박물관을 건립, 이 시기의 개혁적 움직임을 선명하게 정리하려 하고 있다. 경기도의 정책결정자들의 혜안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싶다. 왜냐하면 실학사상이야말로 우리 역사속에서 처음으로 근대화라는 과제를 천명한 사상으로서 우리가 이 과제를 발전시켜 완성시켰을때 진정한 민주국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가 아직도 풀지못한 역사적 과제, 즉 일제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과 분단극복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개발이 이뤄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민족독립과 국권회복이 이뤄져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다.
 
5월11일 경기도에서 실학박물관을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인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마을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둘러싼 잡음이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실학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풀지 못했던 역사적 과제들을 정리해 가는 첫번째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여년만에 이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으로서 모든 국민의 축복속에 건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은 혼미하기만했던 이 나라에 진정한 스승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실학박물관이 이익 선생의 고향인 안산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실학의 중심지가 왜곡돼 지하에 계신 성호선생이 다시 한번 분노할 것이라고 했는데, 자신의 고향인 안산을 사랑하는 애향심은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다. 성호선생은 평생을 야인(野人)으로 학문에만 전념한 대학자로서 유학에서 말하는 군자의 표본이셨다. 학문의 큰 뜻을 세우고 일생동안 정진해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의 마을에 실학박물관이 세워지고 그 안에 다산의 스승으로 자리잡게 됐으니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알찬 내용의 실학박물관을 건립하고 반계·성호·다산 선생을 비롯 안정복·권철신·홍대용·박지원·박제가·김정희·최한기 선생 등 민족의 스승들을 만나러 와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젊은 날의 어느 하루를 누구와 만났는가에 따라 일생이 변화될 수 있다.

끝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꼬리표도 달지 말자. 수도법에 나와있는 상수원보호구역안에 지을수 있는 면사무소나 우체국건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공성을 지닌 건물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민족의 스승을 세우는 일이다. 다만 환경오염처리시설을 강화해 실사구시적 물관리의 표본을 보여주면 된다. 그리하여 이 마을이 20년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유적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임을 잊지 말자. /김남기(다산사랑모임회장)

〈위 기고문은 5월11일자 5면 '오늘&내일'란에 게재된 유천형 전 안산문화원장의 '실학박물관은 안산에'라는 제하의 기고문에 대해 김남기 다산사랑모임회장이 보내온 반대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