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사로운 일요일어서 모처럼 공원산책을 나갔다.
공원에는 가족들과 함께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먹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고 몇 사람의 친구들끼리 웃음을 띠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으며 다정하게 손과 손을 마주잡고 한가롭게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보여서 공원 안에는 평화로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문득 이라크 전쟁이 생각나면서 화염에 휩싸인 도시가 떠올랐다. 그런 도시 사이로 보이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폭탄과 계속 도시를 향해 퍼부어 대는 대포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욱 내 생각을 가슴 아프게 몰고 간 것은 전쟁 포로와 부상병들 그리고 희망을 잃어버린 가련한 눈동자로 초점도 없이 눈망울을 굴리는 철없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다. 더구나 두 팔을 잃은 채 누워있는 광경은 전쟁이 얼마나 사람들을 처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그러자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조국의 평화로움 속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이 느껴졌다. 동시에 우리 나라가 참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땅에 어떠한 목적이든 어떠한 이유로든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근처의 도로에서 나의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바꾼 것은 교통신호를 위반한 운전자와 교통순경간의 언쟁이었다. 교통순경은 면허증을 달라고 그러는데 운전자는 한사코 여러 가지 변명을 하면서 아니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참 이상도 하다. 나도 운전을 하는 사람중의 하나이지만 교통순경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달리는 자동차를 세우고 트집을 잡을 것인가? 면허증을 내라면 내주면 되고 잘못했으면 경찰의 지시에 따르면 될 것인데…'.
나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근처의 구경꾼들도 한마디씩 했다. '교통신호를 위반했으면 경찰의 지시에 따르면 되지 왜 저렇게 말이 많아? 우리 나라도 일부 사람들 때문에 큰일이야. 법을 어겼으면 수긍을 하고 따르는 풍토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기에 법 중에서 떼 법이 가장 강하다고 하잖아요? 법에 어긋나는 데도 여럿이 모여서 시위를 하고 떼를 쓰는 광경이 어디 한두 번인가요? 물론 그 중에는 합법적인 시위도 있지만 떼를 쓰는 시위도 많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내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툼의 장소를 지나 산책을 계속하다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비닐봉지를 들고 집게를 이용하여 휴지를 줍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모든 사람이 저런 마음으로 생활을 한다면 우리의 환경은 참으로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아름다운 마음이 사람 사람마다 가슴속에서 피어난다면 사회는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워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도 아름다워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나라 전체가 아름다워질 것이고 그 아름다움이 평화적인 정신으로 흘러서 국민이 협동심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름다운 협동심이 국력이요, 국력이 강해지면 어떤 전쟁도 막아낼 수 있으며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정수길(인천 백석고등학교장)
공원을 산책하면서
입력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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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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