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종양(혹)을 가진 환자를 주로 보는 외과 의사로서 매일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내용 중 하나가 종양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세포검사나 조직검사 소견을 설명하면서 '양성 종양입니다'라고 말하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저는 음성(陰性)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근심어린 질문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아마도 질병의 유·무를 알아보는 반응검사에서 나타나는 양성(陽性)반응 검사로 착각하는 듯하다. 또한 진단서 등에 어느 부위의 악성종양이라고 기재하면, 왜 암이라고 해놓고 악성종양이라고 썼느냐고 항의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종양의 순수한 우리 말은 '혹' 또는 '멍울'이다. 이 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누며 양성종양의 양성은 '良性'으로 표기하여 암이 아닌 혹을 말하며, 악성종양의 악성은 '惡性'으로 쓰며 암인 혹을 말하는 것이다.
악성과 양성종양의 성질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큰 차이를 보인다. 양성종양은 대개 종양의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될뿐 대부분 생명과는 관계가 없다.
즉 크기가 커져서 압박증상이나 장의 폐쇄 등의 증상을 일으키거나 혹은 미용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평생 갖고 살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악성종양은 크기가 아주 작을 때라도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고, 생긴 자리에서 끊임없이 자라서 주위조직을 침범하며 암이 발생한 부위나 인접한 장기를 압박하거나 막아버린다. 또는 혈관으로 침범하여 출혈을 일으키며 암조직 자체에서 이상한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악성종양은 생명에 위협을 주게 되는 것이다.
양성이나 악성종양의 종류에는 한 가지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병리조직학적으로 여러 종류의 혹들이 있다. 필자가 주로 대하는 유방종양이나 갑상선종양을 예로 들어 보자. 유방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으로는 섬유선종이라는 혹이 대표적인 양성종양이고, 유방암으로는 관암, 엽암, 점액암, 'tubular ca.', 수질암, 유두암 등이 있다. 갑상선에서 가장 대표적인 양성종양은 여포선종이며 악성종양으로는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이 있다.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이겠으나 이는 같은 부위에 생기는 암이라 할지라도 암의 종류에 따라 암의 포학한 성질의 정도가 달라 환자의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침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갑상선암 중에서 유두암은 성질이 비교적 온순하고 아주 치료가 잘 되는 암이며 유방암 중에서는 점액암과 'tubular ca.'이 비교적 온순한 암으로서 예후가 아주 좋다.
반대로 갑상선암 중 미분화암은 아주 무서운 암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종양에서 양성의 반대말은 음성이 아니라 악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위와 같은 간단한 의학용어를 잘 이해한다면 의사와 환자간 또는 보호자간의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영돈 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일반외과)>이영돈>
[전문의 노트] 양성과 음성종양
입력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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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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