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가 살아나야 국악이 살아납니다. 아버지로부터 대물림한 남사당을 되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축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4살때부터 남사당패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사물놀이 1세대 최종실(49) 중앙대 타악연희과 교수가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10월1~5일)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안성은 남사당의 본거지였어요. 역사적으로 제대로 조망받지 못한 바우덕이를 기리고, 당대의 종합대중예술인 남사당의 광대 정신을 되살리자는 것이 축제의 목적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올해로 3회째인 이번 축제는 안성 장터의 분위기와 남사당의 정취를 한껏 살려 구성됐다. 질펀한 길놀이, 줄타기·버나·살판 등 전통적 남사당 놀이공연, 풍물공연대회 등이 행사 기간 내내 펼쳐진다.

최 감독은 “자칫 화려한 공연에 가려 남사당이 축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작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실제 축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남사당의 핵심 연희였던 풍물과 사물경연”이라고 못박는다.

“축제의 메인 행사는 어디까지나 '바우덕이 풍물경연대회'입니다. 대상 상금이 1천만원인데, 전국의 풍물대회 가운데 이렇게 상금이 큰 대회가 없어요. 경연은 사물·풍물로 나뉘고, 다시 단체와 개인으로 나뉘지요. 개인 부문에 입상하면 중앙대 국악과에 수시 입학할 수도 있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공연 단체를 육성하는 것이 대회의 목적인만큼, 개인 부문에만 참여하는 것은 규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최 감독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축제가 2회째인 작년에는 3일동안 5만명이 찾을 정도의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서울에도 축제를 알리고, 본격적으로 축제의 모양새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제의 모양이 가다듬어지면 궁극적으로는 국제적인 민속예술 축제로 발돋움시키고 싶은 것이 최 감독의 솔직한 바람.

“남사당의 여섯가지 놀음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킬 겁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외국 공연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싶구요. 우선 내년에는 남사당의 여섯놀음 중 하나인 꼭두각시 놀음에 착안해 세계 인형극 페스티벌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축제 준비로도 바쁠 것 같은데, 행사가 끝나면 최 감독은 3년만에 개인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오는 12월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질 '최종실의 타악의 세계' 공연에서 최 감독은 전통 사물놀이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등의 타악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 감독은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의 사물놀이만을 고집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며 “만국의 공통 감각인 비트를 이용한 타악의 세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