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남겨진 과제들 지면기사

    #좋은 축제들의 공통점좋은 축제, 재미있는 축제, 또 가보고 싶은 축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우선 주민들(방문객)의 능동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자연현상이든 볼거리든 체험행사 등 스스로 오게 하는 요소가 있다. 전통굿을 벌이는 강릉단오제, 신비의 바닷길과 토속문화가 어우러진 진도영등제는 풍부한 제의성으로, 춘천마임축제와 과천한마당축제는 다른 곳에서 보기힘든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했다.다음으론 전문성있는 민간마인드를 존중한다. 민간이 주도해서 다 잘된다는 것이 아니라 적합하고 역량있는 민간을 끌어들이고 존중해 축제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춘천마임축제는 관의 간섭이 거의 없고(대신 지원도 적은 편이다),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는 최종실 중앙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민간을 대폭 수용했다. 또 전남 진도군과 강진군, 경기 연천군 등 지자체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축제들도 민간과 결합력을 높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는 사실상 관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쉽지 않은 결단이다. 특히 축제는 지자체의 지역홍보, 관광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인데다 단체장이 지역주민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주민을 직접 만나는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축제든 관의 입김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축제의 질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민간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국내·외 네트워크가 잘 활용돼야 하며, 특히 예술축제는 이 요인이 행사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와 함께 지역색이 뚜렷한 개성적인 주제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체험형의 경우 다양하고 풍부한 참여행사가, 공연예술축제의 경우 완성도높은 작품 유치가 그것이다. 또 장소적 특성을 살린 진행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는 축제의 생명력을 뒷받침하는 관건으로 현대의 축제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지자체-주민-문화예술계가 뜻을 모아 축제를 가꿔야잘 되려면 3박자가 척척 맞고, 안 되려면 3박자가 전부 엇나간다고 한다. 어떤 축제이건간에 지자체, 주민, 지역 문화예술계 등 3자의 지원과 조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최근 축제 경향은 전문인이

  • [에필로그] 시리즈를 마치며… 지면기사

    취재팀은 지난 4월 진도영등제부터 10월 수원화성문화제까지 전국의 축제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해왔다. 애초 기획에서 빠진 곳은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 보령머드축제, 이천·광주·여주 도자비엔날레, 강화고인돌축제 등 4개다. 남양주와 강화는 다른 축제와 시기가 겹쳐 시리즈에 포함되지 못했고, 보령머드축제는 지역 전통문화·예술 축제로 범위를 한정하면서 제외했다. 도자비엔날레는 본지에 별도 특집시리즈가 게재돼 넣지 않았다. 다만, 시 측과 축제 사무국이 주최 문제와 개최 시기를 놓고 갈등을 빚은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는 갈등이 불거진 시점부터 우여곡절끝에 8월에 축제가 열리기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으로 대신했다.올해 축제 현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인파가 몰린 것이다. 축제 전문가들도 지적하듯 전국의 웬만한 축제는 예년보다 훨씬 많아진 인파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가족단위 관람객이 증가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주 5일제 등으로 늘어난 여가를 자녀와 함께 유익하게 보내려는 욕구가 높아진 것이다. 이때문에 교육적인 체험형 축제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또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져 전위적인 축제나 밤샘행사에도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여가문화와 축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이에 비해 조금 냉정하게 우리 축제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전통을 품위있게 계승하지도, 현대를 세련되게 포섭하지도 못한 상태다.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취재팀은 축제의 현장에서 넘치는 에너지와 생동감을 실감했고 우리 민족의 흥과 신명,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전문가의 눈] 지역문화축제 발전을 위한 축제정책의 문제점 지면기사

    지난 수 개월간 국내 지역문화축제의 현장을 둘러보고 각 축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보았다. 기획의 마무리가 될 이 글에서는 개별 축제가 가진 가능성과 문제점을 전체적인 구조의 측면에서 종합하기 위해 중앙 정부의 축제정책의 과제를 정리하려고 한다.문화관광부가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보이고 지원유형을 구체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현재 축제지원은 문화관광축제 지정을 통한 예산지원과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공연예술행사 국고지원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관광축제 지정은 1999년부터 시작돼 최고 1억3천만원에서 최저 5천만원까지 예산을 지원하며, 2002년부터는 문화관광 예비축제도 동시에 지정해 2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공연예술행사의 국고지원은 문예진흥기금 신청을 통해 심의된 예술축제와 행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3년도에는 22개 축제에 평균 1억5천만원이 지원되었다. 또한 축제지원의 실질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지원타당성에 대한 평가도 실행되고 있다.축제를 독자적인 지원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 자체가 축제에 대한 정책의지를 표현하는 것이자 국내 축제문화의 발전에 진일보한 측면이지만, 점차 축제관련 지원사업을 문화정책의 한 영역인 축제정책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원축제의 방향설정 및 선정기준에서는 보다 복합적인 정책목표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소프트로서 축제가 가지는 의미, 문화적 요소로서의 축제적 다양성에 관한 부분들이 총체적인 축제정책의 틀로 체계화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유형의 지원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문화관광축제의 경우, 지금까지는 지역특성화와 관련한 관광산업 중심의 정책지향과 개량적인 수치에 근거한 가시적 결과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선정기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왔다. 이러한 기준 탓에 주로 차별적 아이템 중심의 지역특성화 축제들이 지원에 유리한 조건이었고, '문화관광부 지정 축제'로 공식 후원을 받기 위해 수많은 축제들이 가시적 성과를 포장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예술축제의 경우, 예술축제가 가지는 특수

  • [전문가의 눈] 축제발전을 위한 지역적 과제 지면기사

    2003년 지역문화축제 현장에서 보여주었던 축제문화의 발전가능성을 현실적인 실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좋은 소재로 기획된 새로운 지역문화축제들이 만들어지고, 또 기존의 축제들도 변화하는 지역문화환경에 맞추어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성공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축제가 지역의 문화적 환경을 풍성하게 해 줄 진정한 문화 소프트웨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준비하고 갖추어 나가야 할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 축제관련 전문 인력과 조직의 문제이다. 세계화와 연계된 지역화로의 변화 속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최근에야 활발해진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의 문화전문 인력과 조직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 못한 편이다. 이러한 과도기적 지역현실에서 단기간에 급증한 지역문화축제의 기획과 운영은 지자체 행정조직과 외지의 치고 빠지는 비문화적 이벤트 기획사들에게 주로 맡겨지게 된다. 관 조직은 순환적 구조와 행정 중심의 조직특성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외지 기획사는 문화기획의 관점으로 축제를 만드는 쪽보다 행사를 치르고 이익을 남기는 사업적 속성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외부 전문 인력과 기획사에 대한 지역적 불신과 배타성을 양성해 왔다.이러한 지역현실을 극복하려면 문화기획 전문 인력을 실질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교육이 정책적으로 지원되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외지의 전문 인력이라도 지역에 역량을 투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체계와 구조를 지역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 안에서 교육을 통해 확보된 전문 인력이든, 외지로부터 연계된 전문역량이든 중요한 것은 지역 내부의 전문 인력과 조직구조 안에 그 성과를 남기고 축적하는 방법이며 결과적으로 지역 자체의 문화역량이 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한편, 지역의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울 수 있는 지자체의 축제정책과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시간이 걸리는 하드웨어의 설립이나 대규모 예산을

  • [살이있는 축제를 찾아서…] 일본 코우치시 '요사코이 마츠리' 지면기사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 해외의 축제 현장을 가보면 항상 느끼는 점이 있다. 축제 주최자·참가자나 관람객 모두가 '축제'라는 틀에 하나가 된다. 그래서 '열정'과 '흥', 때론 '광기(狂氣)'마저 느껴진다. 특히 직접 축제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시민 모두가 축제의 주최자가 되어 성공을 기원하고 즐긴다.지난 8월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서남부 시코쿠현 남부에 위치한 코우치시에서 펼쳐진 '요사코이 마츠리'에서도 이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인구 30여만명에 불과한 중소도시가 축제기간엔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로 들끓는다. '밤이여 오라'는 요사코이 말 뜻처럼 축제기간내내 낮부터 늦은밤까지 도시 구석구석에서 펼쳐진 열정의 몸짓과 자유가 폭발하는 춤퍼레이드는 도시를 '제2의 삼바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시킨다.축제의 구성은 단순하다. 187개 참여팀들은 '나루코'라는 요사코이 심벌을 소지하고 '지카타샤'란 무개차에서 울려퍼지는 '요사코이 부시' 1음절에 맞춰 '요사코이·나루코 오도리'를 추면된다. 그러나 일본 젊은이들이 요사코이 마츠리 참가를 인생 목표의 하나로 삼을 정도로 매력을 주는 것은 간단한 규칙외에 무제한의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축제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요사코이 마츠리 참가를 위해 일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참가비를 마련했다고 한다.여기에 일본의 특징인 전통·역사·지역에 대한 애정의식이 한 몫을 더한다. 코우치시 젊은이들은 당연히 축제에 참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지역 출신 노인들도 마찬가지다.여기에 '요사코이·나루코 오도리' 체험의 장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직접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요사코이 마츠리는 남녀노소 모두가 '춤', '자유'라는 테두리에서 하나되는 축제의 장으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가능성의 현장들'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가능성의 현장들' 지면기사

    지방자치시대 개막과 동시에 각 지역에선 지역 홍보·마케팅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축제'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현대적 지역축제 대부분이 관주도, 기획력 부족 등으로 '축제의 한계성'을 노출시키면서 오히려 “그런 축제라면 하지마”라는 지적과 함께 “그런 축제라면 다시 찾지 않을거야”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는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 축제도 전통성의 현대적 계승 발전이란 측면에선 마찬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왜, 우리는 에딘버러나 아비뇽 축제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내지 못할까?”.취재팀이 각 지역의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며 그나마 성공적이고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축제를 통해 그 이유를 찾고자 한다.#열림의 장으로 축제를 기획하라주5일 근무제 실시 확대, 인터넷 보급 확산, 자녀들의 현장교육 등 갖가지 이유로 '축제'를 찾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틀에 박힌 체험 프로그램이나 백화점식 행사장 구성 등이 이들 가정에게 '다시는 가지말자'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지난 3일 안성 바우덕이 축제에서 만난 주부 김장희(37·성남 분당구 구미동)씨는 “두 자녀를 위해 4년동안 전국 축제 중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축제 프로그램이 체험위주로 비슷비슷해 무엇때문에 축제를 개최하는지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김씨는 그나마 안성 바우덕이 축제가 올해로 세번째 여는 축제에도 불구하고 '남사당패'라는 풍물의 전통성을 되짚어볼 수 있고, 조선 최대의 장터라는 안성의 지역적 특색을 맘껏 느낄 수 있어서 “내년에도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안성 바우덕이 축제(10월1~5일)는 안성지역에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은 '남사당패'라는 전통적 명맥과 안성장터란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현대적 축제다. 옛 장터를 그대로 재현한 마당에서 전국 풍물 및 사물놀이 경연이 펼쳐지고 당일당일 저녁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과 함께 행사장 구석구석에선 소·말달구지타기, 버나돌리기 등 이색체험 및 가면극 등 볼거리 등은 이채롭

  • 전통·공연예술…다양한 문화에 빠져 '일탈의 해방감' 지면기사

    #인파 몰리는 지역문화축제시리즈에 등장한 축제 중에서 과거로부터 명맥을 잇고 있는 축제는 강릉단오제가 유일하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진도영등제를 비롯 연천전곡리 구석기축제, 강진청자문화제,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수원화성문화제는 지역의 특성과 역사에 근거한 전통문화축제이긴 하지만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것들이다.이에 반해 춘천마임축제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죽산국제예술제, 과천한마당축제는 순수 공연예술축제이다. 이 축제에서는 해외작품과 국내 우수작을 한 자리에 집중시켜 예술작품과 축제가 공유하는 본질을 체험할 수 있었다.인파가 몰리기는 전통축제가 압도적이어서 강릉단오제가 100만명, 강진청자문화제 80만명, 진도영등제는 30만명 이상이 찾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입장료 부담 등이 있는 공연예술축제는 상대적으로 적어 과천마당극제가 13만명, 춘천마임축제 6만5천명으로 추산됐고, 전위무용가 홍신자씨가 이끄는 죽산국제예술제가 소수 장르인데다 장소의 협소 등의 요건상 참가인원이 1천여명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또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와 수원화성문화제는 서구형 퍼레이드를 한국형으로 변형해 본격 도입된 점이 특기할 만하다.#축제의 본질이냐, 상품성이냐현대의 축제는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상품 또는 지역알리기의 주요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다수 축제가 관의 재정 지원 없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지원의 커다란 명분이기 때문이다. 거품이 있게 마련인 축제 참가자 인원은 이 명분을 세우는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기도 하다.그래서 각 축제마다 주최 측은 본질에 충실할 것이냐 상품성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어중간한 지점에서 절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관 주도 축제이건 민간 주도 축제이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시리즈의 첫 편에서 지적했듯 축제의 진정성은 일상을 벗어나 삶의 신성함과 약동(제의성)을 느끼고, 때론 혼란스러움까지를 용인해주는 난장의 재미다. 그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나와 우리가 함께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배어나고 지역의 활기를 더하기 때문이

  • [전문가의 눈] 2003년 지역문화축제의 가능성 지면기사

    2003년을 기준으로 지난 10여년은 축제의 양적인 팽창 속에서 성공적 개최보다는 실패의 선례가 더 많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03년이 명확한 분기점이 된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동안 쌓인 축제개최의 경험을 토대로 축제문화의 질적 전환의 가능성과 새로운 방향 모색이 여러 지역문화축제 현장에서 발견되어진 한 해였기 때문이다.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현장을 다녔던 축제는 주로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전통문화축제와 공연예술축제였는데, 그중에서도 전통문화축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예술축제는 다른 유형의 축제보다 일찍부터 축제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면서 운영됐고, 춘천인형극제나 춘천마임축제와 같은 성공적 축제유형으로서의 모델이 소수지만 확립되어 있었던 상황이었다. 전통문화축제 유형은 오랜 개최역사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굴절과 정치적 도구화 환경 속에서 현대 축제유형으로 온전히 발전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지방자치제도의 실시와 함께 지역정체성 수립 전략과 연계되어 여러 형태의 전통문화축제가 새롭게 활성화되었고, 많은 실패 사례를 겪으며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기존의 전통문화축제는 유·무형의 전통문화자원을 의례적으로 기념하거나 지역을 알리기 위한 행사적 도구로 접근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 기획력과 결합된 여러 유형의 축제로 전환되고 있다. 가령, 도자기 문화자원을 체험축제유형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강진문화제, 바우덕이라는 역사적 인물과 남사당놀이와 같은 무형의 지역문화자원을 경연대회와 재현을 통해 지역문화축제로 전환하고 있는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물론 진부한 전통축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축제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보이는 몇몇 축제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상호파급효과 속에서 발전적 방향으로 정립되어 갈 것이라 믿는다.축제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의 문화도 변화가 컸던 한 해였다. 관람객들이 축제를 문화적 경험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는 측면이다. 영화제와 같이 이미 마니아 관

  • [전문가의 눈] 진정한 지역문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지면기사

    개최 연수로 40회를 맞이하고 있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시민의 날 행사에서 출발하여 지역문화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축제유형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의 날’ 행사는 지역에 따라서 1990년대에 시작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1960년대 중반 시기를 전후해서 시나 군 단위의 관주도형 문화행사로 출발했다. 시민의 날 행사가 지역 청사 신축기념 등과 같은 관(官)행정조직의 논리에 따라 시작된 측면이 많다 보니 행사의 기본 구조가 의전 위주의 기념식, 지역전통문화공연, 시민화합체육대회, 대중적 프로그램 중심의 축하공연과 같은 형태를 보여주고 동원되는 행사성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민의 날 행사가 지역문화축제의 활성화 붐과 함께 기념행사의 측면보다는 지역문화축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수원화성문화제도 그러한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시민의 날이 아니라 지역문화축제로서의 나이가 이제 4살인 수원화성문화제는 전국의 각 시군구에서 개최되었던 시민의 날 행사의 획일적인 프로그램 틀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수원이 지닌 유·무형적 문화자원을 백분 활용하여 복합적인 프로그램으로서의 문화축제로의 발전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축제에서 보여준 혜경궁홍씨 회갑연 등의 재연행사는 성공가능성이 돋보인 축제 프로그램이었다. 이러한 측면은 프로그램을 실행함에 있어 세밀한 기획과 전문적인 운영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전통문화를 재연하는 프로그램은 여러 지역축제와 수문장 교대식과 같은 단일한 전통문화행사에서도 많이 실행되고 있지만 재연의 대상이 고증되지 않거나, 재연을 행하는 이들의 의상이나 소품이 값싼 걸로 대체되어 격이 떨어지거나, 재연행위자들이 전문연기자들이 아닌 부업으로 일하는 일반인들이어서 ‘재연(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수원화성문화제 지면기사

    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을 테마로 매년 개최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올해 제40회를 맞으면서 새로운 축제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지난 9~12일 화성행궁을 비롯한 시 일원에서 열린 주요 행사장마다 대성황을 이루며 호응을 받았다. 조선 정조시대 왕실행사의 원형에 근접해가고 있는 재현 행사와 체험·참여 영역을 넓힌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관람객들은 “조선후기 문예부흥기의 패기와 정신, 왕실의 격조를 결합한 축제로 위상을 잡아간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화성행궁 재현행사와 능행차 연시를 2대 축으로 전통의 장엄미 보여줘수원화성문화제는 전형적인 관 주도 행사다. 이름이 몇 차례 바뀌기는 했으나 수원시민의날(10월10일)을 기념하는 성격이 짙다. 그 흔적은 연예인이 다수 출연하는 개막식으로 남아있으나, 시민체육대회까지 겸했던 이전에 비하면 '문화제'로의 성격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40세를 맞은 올해 행사의 예산은 8억7천만원. 기간은 1주일에서 4일로 줄었으나 예산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그 어느 해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올해 문화제의 성공 요인을 정리해보면, 우선 화성행궁 개관과 맞물려 화제가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화령전 고유별다례(告由別茶禮)에 이어진 행궁 봉수당 앞마당의 개관식,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 혜경궁홍씨 진찬연 등이 열린 개관축제에 매일 1만명 이상이 몰렸고 반응도 좋았다. 화성사업소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이에 대해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상, 복식, 절차 등의 고증을 철저히 하고 출연진도 준 연기자급으로 선발해 표정연기가 살아난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둘째 요인으론 능행차 연시와 시민 퍼레이드가 한 단계 향상됐다. 능행차 연시는 원형의 3분의2 정도 인원으로 재현됐다. 말탄 군사들과 대취타대가 위엄을 과시하면서 1시간 가량 이어진 뒤 연이어 마칭밴드와 수원지역 시민·단체·기업 등 77개팀 5천240명이 참가한 시민 퍼레이드가 다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시민들은 정조와 혜경궁홍씨가 지나갈 때 절로 박수갈채를 보냄으로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인터뷰-이동희 안성시장 지면기사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를 오는 2006년 세계 10대 축제로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 공동추진위원장인 이동희 안성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전제한 뒤 “옛 전통문화인 남사당놀이를 완벽하게 계승 발전시키고 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안성 바우덕이 축제는 세계 타악예술가들이 꼭 한번 출전해 보고 싶은 축제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이 시장은 이를 위해 올 연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바우덕이 풍물공원과 안성옛날장터 복원을 통해 바우덕이 축제의 배경이자 행사장으로 활용하는 시설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세계민속예술대잔치, 세계풍물대행진 등 바우덕이 축제만이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또 남사당놀이 여섯마당 완판 공연을 우리나라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세계에 알림은 물론 연간 1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안성을 찾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숙박, 교통, 먹거리 등 서비스분야와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이 시장은 “이를 위해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승패의 관건이다. 올해 길놀이와 시민대합창, 자원봉사 활동 등을 통해 보여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더욱 체계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 경우 30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이 소득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바우덕이 축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축제(하) 지면기사

     우리나라 축제 중 세대를 초월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를 꼽는다면 바로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일 것이다. 40대 중반 이후의 중·노년층은 '남사당패'의 신명과 항상 마음속에 간직해 온 '시골장터'의 옛 향수를 그대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고, 유·청년층은 소와 말이 끄는 달구지를 타고 또래가 연출하는 줄타기를 비롯해 마당극, 풍물경연, 타악연주회, 마임, 가면극 등 다채로운 공연 및 행사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흔치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안성 시내와 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린 바우덕이 축제는 올해가 세 번째라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4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은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고 있는 반면 바우덕이 축제는 '안성맞춤'의 고장답게 '남사당놀이'와 '안성옛날장터'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그대로 살리고 다채로운 체험·볼거리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전통문화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축제라 할 수 있다. #톡톡 튀는 이색아이디어 전통문화란 이름의 현대적 축제가 '보여주고, 체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축제로서의 소재 한계성을 극복치 못하고 있는 반면 바우덕이 축제는 '정체성을 살린 톡톡 튀는 이색 아이디어'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 1일 오후 5시부터 안성시청이 자리한 중앙로에서 펼쳐진 길놀이 퍼레이드는 마치 일본 전통 마츠리(祝祭)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부채춤을 추는 무희와 각시차림의 할머니합창단을 태운 무개차 뒤로 우산과 깃발을 든 30여명의 무희들이 '향당무'라는 군무를 펼쳤고, 예부터 나들이시 남녀 모두 갓을 썼다는 안성2동 주민 남녀 20여명은 옛스러움을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 조병화 시인의 고향인 양성면 주민들은 조 시인의 시가 적힌 만장을 들고 조 시인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이프담뱃대와 빵떡모자로 분장,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전문가의 눈-추미경 지면기사

    3회의 짧은 축제 연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계층의 축제 방문객이 북적인 안성남사당바우덕이 축제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된다. 지역 문화자원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축제의 핵심 요소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의 열정과 정성이 행사 현장의 곳곳에 배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전통적 의미에서 축제는 지역의 특정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행위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축제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대 축제의 경우, 이러한 행위들이 축제로서의 성격보다는 의례적인 행사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안성에서 개최된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는 '바우덕이'라는 인물이 안성에서 지니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현대적인 축제의 장을 통해 잘 소화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스스로 남사당패의 대를 잇고 있는 최종실 예술감독이 중심에 있기에 가능해진 측면이 상당부분 있다. 그렇지만 그 하나의 요소만으로 완성되지 못하는 더 많은 요소가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우선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단순하게 기리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정신이나 문화적 가치를 현대에 전승하기 위한 프로그램적 장치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악경연대회, 사물놀이 경연대회는 보여주기식의 경연대회에 그치지 않고 젊고 새로운 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자 주요 축제프로그램으로 기능하고 있다. 중앙대학교가 주관함으로써 최고 우승자에 대한 교육적 혜택을 보장해 주는 것은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이다. 축제기간 동안 경연대회는 예선에서 본선까지 진행됨으로써 그것 자체가 볼거리이자 축제적 경연장이 되는 것이다.경연 프로그램 외에도 축제 안에는 남사당패 및 바우덕이와 연관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간대별로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경연장을 포함한 세 곳의 주요 축제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 안에는 남사당놀이, 줄타기 등 전통적인 공연의 재연뿐만 아니라 음악회, 타악축제 등의 현대적 코드의 프로그램들이 동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안성, 남사당, 바우

  • [전문가의 눈] 지면기사

    새로운 변화 속에서 열린 7회 과천한마당축제는 좋은 날씨 덕을 충분히 누리며 무사하게 막을 내렸다. 축제 명칭의 변경과 예술감독의 변화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만 과천한마당축제는 새로운 시도로 한 걸음 내디뎠다. 예술적 완성도를 전제한 사회성 짙은 야외극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표방하며 개막식이 아닌 개막공연의 형식과 타이타닉과 같은 대형 야외극을 축제에 들여옴으로써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개막공연의 제작방식, 타이타닉 공연의 기획방식은 국내의 다른 축제가 별로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특히 민간 공연기획사와 공동으로 재원을 투자하고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기획된 타이타닉 공연은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대형공연물 수입 및 공동제작이 유행처럼 공연예술시장에서 퍼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방식이 비영리 공연예술축제의 목적 및 운영 원칙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향후 보다 세밀한 평가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예산규모 안에서의 초청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하여 적극적인 축제제작 방식을 시도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축제의 개막에서도 의전형식을 탈피하여 축제의 지원주체, 행위주체, 관람주체가 만드는 공동체적 공연으로 기획한 것은 축제 프로그램의 새로운 축제개막 유형을 제시한 좋은 시도였다.그런데 이번 축제가 표방한 축제의 미션에 비해 전반적인 축제 프로그램의 상호 연계성, 운영의 전문성, 축제 공간(festival site)의 운영 등에서 상대적으로 미숙한 측면들이 드러났다. 주요 관객대상인 과천시민을 골고루 고려한 복합적인 프로그램 구성은 축제의 미션을 풍성하게 해주는 다양한 부대행사로 보여지기 보다는 많은 것들이 유기적이지 않게 모여 있는 듯한 이미지를 주었다. 건강축제, 화훼축제들이 주요 행사장 옆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과천한마당축제와의 연계성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정작 주요 행사장 내부는 축제의 광장이기보다 의례적인 행사장과 어중간한 먹거리 공간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축제를 찾는 이들에게 자원봉사자는 맨 처음 얼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인터뷰-임수택 예술감독 지면기사

    임수택(47) 예술감독은 축제가 예상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둬 바쁜 가운데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성공의 요인을 “예술성을 작품 선정의 최우선 순위에 둔 것”으로 꼽았다.-미국과 이라크 극단, 과천시민과 어우러진 개막공연부터 화제를 모았다.“개·폐막식은 무척 중요하다. 뻔한 형식이 싫어 공연방식을 택했다. 이라크 마르독극단은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초청을 결정했는데 섭외부터 입국까지 연락이 잘 안 돼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문에 입국을 서둘러 개막 1주일 전에 과천에 도착하게 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개막공연 참여를 부탁했다. 3개국의 참여로 산만할 수 있는 문제는 한국인 연출자 최용훈씨가 해결하리라 믿었고 예상대로 잘 됐다.”-성공의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작품 선정시 예술적 완성도를 가장 중시했다. 그 위에 사회적 이슈, 즉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골랐다. '타이타닉'은 직접 유럽에 가서 관람한 뒤 초청했다. 유럽에서는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최고의 야외극이라고 생각한다. '까밀라' 역시 메시지와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높이 평가한다. 또한 예약시스템이 잘 가동됐고, 날씨도 좋았고, 정보도 많이 들어와 운도 따랐다.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에는 특히 감사한다.”-어려웠던 점은.“축제와 잔치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축제는 공동체의식을 다지고 공동체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제의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잔치는 술먹고 노는 것에 치중된다. 또 국내 작품의 경우 야외극을 제작하는 단체가 많지 않아 어려웠다.”-과천한마당축제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예술성을 기반으로 사회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축제로 발전시키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야외극을 자체 제작, 과천이 한국야외극의 메카가 되기를 소망한다.”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과천한마당축제(하) 지면기사

    지난 9월23~27일 과천시민회관 일원에서 열린 '과천한마당축제'가 이 행사에 대한 국내 문화계의 우려를 보란듯이 잠재웠다. 올 2월 임수택씨가 예술감독으로 선정됐을 당시만 해도 국내 연극계를 비롯한 문화계 일각에선 예산과 기간의 축소, 잦은 명칭 변경, 예술감독 역량 시비와 사무국의 불안정, 국내 축제의 고질로 지적되는 시 측과 예술인간의 갈등 등으로 올해 행사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7억원의 예산을 들인 이 축제는 6일간 예년수준인 13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가을철 축제시즌에서 단연 빛을 발했다. 성공의 요인과 과제를 점검한다.#예술성과 대중성 갖춘 화제작의 집중 홍보 과천한마당축제의 출발은 마당극과 거리극 등 야외극이었다. 올해는 양악과 국악을 비롯한 음악, 전통춤과 발레 등 무용, 줄타기와 통영오광대놀이 등 전통문화를 포함하고 실내극을 망라해 이름을 '한마당축제'로 바꿨다. 그러나 지난 6년의 궤적과 인상이 강렬한 탓인지 현장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역시 야외극과 거리극이었다. 실내극은 어린이물이 인기를 끌었으나 음악과 무용 등 최근 수용된 장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올해 축제의 성공 예감은 언론의 보도에서부터 나타났다. 개막 사흘째인 25일 축제 사무국에 들어서자 축제에 대한 각종 보도 지면들이 한쪽 벽면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었다. 홍보가 본격화된 것은 6월 개막공연에 관한 기자간담회부터. 축제사무국은 이때부터 축제 소식을 잡지형식의 뉴스레터로 1만여명에게 이메일로 발송했고 축제기간중에는 공연예술축제로서는 흔치않게 매일 소식을 전하는 데일리(daily) 방식으로 홍보, 관심을 고조시켜나가는 데 성공했다. 꼼꼼한 현장 취재의 홍보 방식은 축제의 친근감을 높이고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냈다. 축제의 버팀목은 작품성과 화제성으로 무장된 '타이타닉'과 한-이라크-미국 합작의 개막공연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초연작인 독일 타이타닉 극단의 '타이타닉'은 70분간 불과 물, 불꽃 등을 최대한 활용한 볼거리와 그보다 더 압권인 기상천외한 장치(선박)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안산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지면기사

    안성시와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축제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 2003(www.baudeogi.com)'이 10월1일부터 5일까지 안성 종합운동장과 열린문화마당, 실내체육관 등 안성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올해로 세번째다. 지난해 문화관광부의 지역문화예술축제로 지정되면서 27만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45만명을 목표로 할 만큼 전국축제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시민축제로 거듭나는 바우덕이축제요즘 세계 공연계의 흐름은 '넌버벌, 하이브리드'다.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무시되고 무대개념도 스테이지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공중과 벽, 땅바닥 가리지 않는다. 표현방법도 대사없이 스토리를 보이고, 객석의 정식의자도 없애 버렸다. 분장도 기괴 망칙을 넘어 가면과 고스 분장을 겸하고 있고 관객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는 총체극 형태다.이미 200년전부터 이 같은 '넌버벌, 하이브리드' 공연을 펼쳐온 안성 남사당패의 모습을 이번 축제에서도 고스란히 재현한다.10월1일 안성시 중앙로 1.2㎞에서 3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이번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길놀이에는 안성 초·중·고교, 대학, 기업, 금융기관, 시민단체, 협회 등 90여개 팀이 참여해 국내 최대 규모의 풍물퍼레이드를 펼친다. 각 팀은 자신들의 컬러를 선보이는 분장과 깃발, 악기, 차량 등을 동원해 풍물, 외국 타악기, 읍·면·동 풍속 등을 소개한다. 진행본부는 참가팀들을 심사해 시상도 한다. 이는 일본 마츠리의 형태이지만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시민참여 한마당이다. 이후 남녀 성대결 줄다리기를 비롯한 축하공연도 볼만하다.이 같은 시민참여는 '빅4'행사의 하나로 3일 열리는 '바우덕이 음악회'에서도 펼쳐진다. 이번 축제를 위해 주최측은 '바우덕이의 노래-덕아덕아 바우덕아'와 '안성장터의 노래'를 작사작곡했고, 이번 음악회에서 1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합창이 열린다.또 행사장 곳곳에서도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700여명에 달하는 시민자원봉사자들

  • [인터뷰]남사당 바우덕이축제 예술감독 최종실 중앙대 교수 지면기사

    “지역축제가 살아나야 국악이 살아납니다. 아버지로부터 대물림한 남사당을 되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축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4살때부터 남사당패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사물놀이 1세대 최종실(49) 중앙대 타악연희과 교수가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10월1~5일)의 예술감독을 맡았다.“안성은 남사당의 본거지였어요. 역사적으로 제대로 조망받지 못한 바우덕이를 기리고, 당대의 종합대중예술인 남사당의 광대 정신을 되살리자는 것이 축제의 목적입니다.”그의 말마따나 올해로 3회째인 이번 축제는 안성 장터의 분위기와 남사당의 정취를 한껏 살려 구성됐다. 질펀한 길놀이, 줄타기·버나·살판 등 전통적 남사당 놀이공연, 풍물공연대회 등이 행사 기간 내내 펼쳐진다.최 감독은 “자칫 화려한 공연에 가려 남사당이 축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작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실제 축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남사당의 핵심 연희였던 풍물과 사물경연”이라고 못박는다.“축제의 메인 행사는 어디까지나 '바우덕이 풍물경연대회'입니다. 대상 상금이 1천만원인데, 전국의 풍물대회 가운데 이렇게 상금이 큰 대회가 없어요. 경연은 사물·풍물로 나뉘고, 다시 단체와 개인으로 나뉘지요. 개인 부문에 입상하면 중앙대 국악과에 수시 입학할 수도 있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공연 단체를 육성하는 것이 대회의 목적인만큼, 개인 부문에만 참여하는 것은 규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최 감독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축제가 2회째인 작년에는 3일동안 5만명이 찾을 정도의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서울에도 축제를 알리고, 본격적으로 축제의 모양새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축제의 모양이 가다듬어지면 궁극적으로는 국제적인 민속예술 축제로 발돋움시키고 싶은 것이 최 감독의 솔직한 바람.“남사당의 여섯가지 놀음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킬 겁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외국 공연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싶구요. 우선 내년에는 남사당의 여섯놀음 중 하나인 꼭두각시 놀음에 착안해 세계 인형극

  • [전문가의 눈]축제 정체성 살리는 길 지면기사

    올해로 7회를 맞고 있는 과천한마당축제는 새로운 예술감독의 선임과 함께 축제 명칭이 또 한번 바뀌었다. '경기-과천 마당극큰잔치'에서 '국제공연예술제' '마당극제' '한마당축제'로의 명칭 변화는 과천한마당축제가 그동안 걸어온 어려운 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 연희양식에 기초한 한국의 마당극을 세계에 알리고 다양한 양식의 거리극, 야외극, 실험극들을 축제의 장으로 모으겠다는 초기 의도는 6년을 개최하면서 일관되게 발전되지 못했다. 어느 한 가지의 결정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과천한마당축제는 개최 연수 만큼의 축제적 정체성을 쌓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한마당축제가 과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축제의 내·외부에 존재해 온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요구된다. 먼저, 한마당축제가 표방하고 있는 축제의 목적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통마당극에서 포괄적 공연예술, 마당극, 야외극으로 이동해 온 축제의 방향이 앞으로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발전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명확한 축제 미션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축제의 미션이 명확하다는 것은 이를 구현하는 축제 프로그램 기획 및 전문적 운영능력이 뒷받침될 때 실질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축제 미션을 명확히 정리하고 중장기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는 예술감독제도의 안정화이다. 프랑스 아비뇽 축제는 57회 동안 단 4명의 예술감독이 운영해 왔고,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축제의 경우 57회 동안 8명의 예술감독이 운영해 왔다. 이에 비해 한마당축제는 7회에 이르는 동안 이미 4번째 예술감독이 선임되었다. 예술감독 체계가 합리적인 제도로 안정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술축제라는 선박을 이끄는 선장격인 예술감독의 적절한 선정, 선정 이후에는 충분한 권한과 역할의 부여, 안정적인 축제운영을 위한 일정 기간의 임기보장 등이 포함된 합리적 시스템으로서의 예술감독제도가 정착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축제운영조직의 전문화와 안정화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

  •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과천한마당축제(상) 지면기사

    997년 시작된 과천마당극축제가 올해는 '과천한마당축제'(www.gcfest.or.kr)로 이름을 바꿔 오는 23~28일 과천시민회관과 관문체육공원 등 과천시 일원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우리나라 전통 연희 형식인 마당극과 세계의 거리극, 야외극의 접점을 찾아낸 테마가 있는 대형축제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축제 조직위와 시 측의 갈등으로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성과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문화계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올해 축제는 과천시가 주최하고 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여인국 시장, 예술감독·임수택)가 주관해 '어울림'을 주제로 축제를 펼친다.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어울림을 통해 축제의 정신을 부각할 예정이다. 야외극과 실내극 등 극(劇)뿐 아니라 무용과 음악 등 다른 장르를 흡수하고 장소 역시 극장과 야외를 망라했다. 이는 기존의 특색을 희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반면, 야외 극으로 국한됐던 축제 공연작품의 한계를 확장함으로써 내용을 더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7회를 맞은 올해 축제는 성격 변화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직위는 아시아 초연인 화제작 '타이타닉', 이라크전 당사자들인 이라크 극단과 미국 극단의 동시 공연 등 화제성을 풍부히 하고 체험형·참여형 행사를 개발하는 등 작품 선정과 부대행사에 총력을 다한 흔적이 역력하다. 공연작품은 해외 초청작 5개, 국내 공식참가작 11개, 국내 자유참가작 6개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해설음악회가 준비돼 있다.#강렬한 이미지의 해외 초청작으로 사전홍보 성공적올해 축제 최대의 화제작은 뭐니뭐니 해도 독일 타이타닉 극단의 '타이타닉'이다. 해외 초청작 5작품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초연. 이 작품은 3t의 물을 무대로 쏟아내는 압도적인 장면, 초호화유람선으로 처녀항해 때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주는 매혹적 울림,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이 안겨준 인지도 등을 업고 언론에서 보이는 관심도 뜨겁다. 게다가 통일독일 직후 동독 라이프치히와 서독 뮌스트의 젊은 연극인들이 창단한 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