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3~27일 과천시민회관 일원에서 열린 '과천한마당축제'가 이 행사에 대한 국내 문화계의 우려를 보란듯이 잠재웠다. 올 2월 임수택씨가 예술감독으로 선정됐을 당시만 해도 국내 연극계를 비롯한 문화계 일각에선 예산과 기간의 축소, 잦은 명칭 변경, 예술감독 역량 시비와 사무국의 불안정, 국내 축제의 고질로 지적되는 시 측과 예술인간의 갈등 등으로 올해 행사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7억원의 예산을 들인 이 축제는 6일간 예년수준인 13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가을철 축제시즌에서 단연 빛을 발했다. 성공의 요인과 과제를 점검한다.

#예술성과 대중성 갖춘 화제작의 집중 홍보
 
과천한마당축제의 출발은 마당극과 거리극 등 야외극이었다. 올해는 양악과 국악을 비롯한 음악, 전통춤과 발레 등 무용, 줄타기와 통영오광대놀이 등 전통문화를 포함하고 실내극을 망라해 이름을 '한마당축제'로 바꿨다. 그러나 지난 6년의 궤적과 인상이 강렬한 탓인지 현장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역시 야외극과 거리극이었다. 실내극은 어린이물이 인기를 끌었으나 음악과 무용 등 최근 수용된 장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올해 축제의 성공 예감은 언론의 보도에서부터 나타났다. 개막 사흘째인 25일 축제 사무국에 들어서자 축제에 대한 각종 보도 지면들이 한쪽 벽면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었다. 홍보가 본격화된 것은 6월 개막공연에 관한 기자간담회부터.

축제사무국은 이때부터 축제 소식을 잡지형식의 뉴스레터로 1만여명에게 이메일로 발송했고 축제기간중에는 공연예술축제로서는 흔치않게 매일 소식을 전하는 데일리(daily) 방식으로 홍보, 관심을 고조시켜나가는 데 성공했다. 꼼꼼한 현장 취재의 홍보 방식은 축제의 친근감을 높이고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냈다.
 
축제의 버팀목은 작품성과 화제성으로 무장된 '타이타닉'과 한-이라크-미국 합작의 개막공연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초연작인 독일 타이타닉 극단의 '타이타닉'은 70분간 불과 물, 불꽃 등을 최대한 활용한 볼거리와 그보다 더 압권인 기상천외한 장치(선박), 유럽 극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배우들의 분장과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연기가 조화돼 2천200여석의 관문체육공원 극장은 연일 초만원사태를 기록했다.

사무국은 이 작품의 개런티 1억8천만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획사를 끌어들여 선보장방식으로 1억1천만원을 유치함으로써 개런티 부담을 덜었다.
 
개막공연 '기원'은 미국 HOBT극단과 이라크 마르독극단과 과천시민 합작으로 꾸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에 더해 독창적인 외국 작품들도 주목받았다. 댄스 드라마를 표방한 마르독 극단의 '오셀로-악마에게 복종하다', 서커스와 마임 그리고 신체연극을 접목한 씨르코 임페르펙트(스페인)의 '엉터리 서커스', 독특한 소품과 분장으로 인류의 역사와 미래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 뤼 삐에톤(프랑스)의 거리극 '까밀라' 등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 '지성적인 축제'로 발전가능성 엿보여
 
외국 작품에 비해 국내 작품의 화제성은 약한 편이었다. 극단 돌곶이의 '우리나라 우투리',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수레무대 '꼬메디아', 민들레 '똥벼락', 단무 '5가지 이야기' 등이 공연됐으나 다른 축제에서 공연된 작품이 상당수여서 이 축제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주최 측은 “작품성을 기준으로 엄선하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았다”면서 “이번 축제가 '어울림'을 주제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축제를 지향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가족단위 관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고 밝혔으나 축제의 개성을 드러낼 만한 국내 작품을 꼽기는 쉽지않았다.
 
또 지나치게 다양한 공연 장르가 축제의 색깔을 오히려 희석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은 축제의 다채로움을 높여주지만 이를 축제의 콘셉트로 수렴해 나가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축제의 이미지를 흐리고 축제의 매력과 생명력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엿보인 가능성 중 주목하고 싶은 것은 고학력·중산층이 모여사는 과천의 도시 이미지와 축제를 잘 결합시켜 나간다면 국내에선 드물게 지성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인구 7만명에 국내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최고 수준을 지닌 자족형 도시 과천은 삶의 질도 높고 거주 환경도 좋은 편인데다 생활수준의 편차도 다른 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래선지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주민들의 참여도가 상당히 높고, 아기를 업은 가정주부들도 심각한 내용의 거리극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임수택 예술감독 역시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기준으로 초청작을 선정해 축제의 색깔을 살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과천이 갖고 있는 장점과 특징을 살려 실험성과 예술성을 앞세운 독자적인 축제로 다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