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을 기준으로 지난 10여년은 축제의 양적인 팽창 속에서 성공적 개최보다는 실패의 선례가 더 많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03년이 명확한 분기점이 된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동안 쌓인 축제개최의 경험을 토대로 축제문화의 질적 전환의 가능성과 새로운 방향 모색이 여러 지역문화축제 현장에서 발견되어진 한 해였기 때문이다.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현장을 다녔던 축제는 주로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전통문화축제와 공연예술축제였는데, 그중에서도 전통문화축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예술축제는 다른 유형의 축제보다 일찍부터 축제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면서 운영됐고, 춘천인형극제나 춘천마임축제와 같은 성공적 축제유형으로서의 모델이 소수지만 확립되어 있었던 상황이었다. 전통문화축제 유형은 오랜 개최역사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굴절과 정치적 도구화 환경 속에서 현대 축제유형으로 온전히 발전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지방자치제도의 실시와 함께 지역정체성 수립 전략과 연계되어 여러 형태의 전통문화축제가 새롭게 활성화되었고, 많은 실패 사례를 겪으며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문화축제는 유·무형의 전통문화자원을 의례적으로 기념하거나 지역을 알리기 위한 행사적 도구로 접근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 기획력과 결합된 여러 유형의 축제로 전환되고 있다. 가령, 도자기 문화자원을 체험축제유형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강진문화제, 바우덕이라는 역사적 인물과 남사당놀이와 같은 무형의 지역문화자원을 경연대회와 재현을 통해 지역문화축제로 전환하고 있는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진부한 전통축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축제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보이는 몇몇 축제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상호파급효과 속에서 발전적 방향으로 정립되어 갈 것이라 믿는다.
축제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의 문화도 변화가 컸던 한 해였다. 관람객들이 축제를 문화적 경험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는 측면이다. 영화제와 같이 이미 마니아 관객층이 확보된 영상축제, 성공적 정착을 통해 고정관객을 일정 확보하고 있던 춘천의 인형극제나 마임축제 등의 예술축제와 달리 대다수의 지역문화축제들은 축제가 방문의 목적으로까지는 이르지 못한 형편이다. 그러나 올 한해 전국에서 개최된 많은 전통문화축제, 거창국제연극제나 세계남양주야외공연축제와 같은 지역예술축제들의 관객층의 변화는 컸다.
문화유적이나 휴양지를 중심으로 이동했던 관광문화에서 축제라는 문화프로그램이 있는 곳을 방문대상으로 삼아 주변 환경을 둘러보게 되는 문화관광으로의 변화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5일제 도입 등의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 등 여러 차원의 원인이 있겠지만 2002년 월드컵과 붉은 악마의 축제적 경험을 계기로 문화수요자들의 인식이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측면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03년은 축제를 만드는 주체의 측면과 축제를 즐기는 방문객의 측면 양자에서 새로운 전환의 가능성을 모두 찾을 수 있는 해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가능성이 전체 사회에서의 성숙한 축제문화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축제기획자, 지자체의 행정지원자, 문화연구가, 지역문화기획자 등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안목과 실질적인 축제운영의 전문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하며, 축제 방문객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감안한 창의적 기획이 더욱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축제를 향유하는 수요자들이 축제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실천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미경((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전문가의 눈] 2003년 지역문화축제의 가능성
입력 2003-10-22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10-22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