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지역문화축제 현장에서 보여주었던 축제문화의 발전가능성을 현실적인 실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좋은 소재로 기획된 새로운 지역문화축제들이 만들어지고, 또 기존의 축제들도 변화하는 지역문화환경에 맞추어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성공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축제가 지역의 문화적 환경을 풍성하게 해 줄 진정한 문화 소프트웨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준비하고 갖추어 나가야 할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 축제관련 전문 인력과 조직의 문제이다. 세계화와 연계된 지역화로의 변화 속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최근에야 활발해진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의 문화전문 인력과 조직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 못한 편이다. 이러한 과도기적 지역현실에서 단기간에 급증한 지역문화축제의 기획과 운영은 지자체 행정조직과 외지의 치고 빠지는 비문화적 이벤트 기획사들에게 주로 맡겨지게 된다. 관 조직은 순환적 구조와 행정 중심의 조직특성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외지 기획사는 문화기획의 관점으로 축제를 만드는 쪽보다 행사를 치르고 이익을 남기는 사업적 속성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외부 전문 인력과 기획사에 대한 지역적 불신과 배타성을 양성해 왔다.

이러한 지역현실을 극복하려면 문화기획 전문 인력을 실질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교육이 정책적으로 지원되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외지의 전문 인력이라도 지역에 역량을 투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체계와 구조를 지역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 안에서 교육을 통해 확보된 전문 인력이든, 외지로부터 연계된 전문역량이든 중요한 것은 지역 내부의 전문 인력과 조직구조 안에 그 성과를 남기고 축적하는 방법이며 결과적으로 지역 자체의 문화역량이 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지역의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울 수 있는 지자체의 축제정책과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시간이 걸리는 하드웨어의 설립이나 대규모 예산을 반드시 전제하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는 특히 지자체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많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 전망 속에서 움직여야 할 축제들이 일관성을 잃고 해마다 축제의 기획방향, 예산규모, 조직구성 등이 바뀌며 실패하는 축제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젠 이러한 지역의 정치 환경으로부터 자율적일 수 있는 지역축제정책이 절실하며, 이를 보장할 지원체계 및 축제조직운영의 모델이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과 밀착된 성공적인 지역문화축제에 대한 성숙되고 문화적인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개최되면서도 지역 생활기반 및 주민과의 연계성이 떨어져 축제적 성공이 폄훼되는 경우도 있었고, 지역과의 결합을 위한 단순 안배식의 지역역량참여 구조와 동원식의 주민결합 방식을 구태의연하게 성공으로 여기는 축제도 많았다. 그러나 지역축제의 성공여부에 대한 중요한 지표로서의 지역결합성 문제는 가시적이거나 수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보다 거시적인 안목과 문화적 관점에서 축제 발전을 통한 유·무형적인 지역문화역량의 성장과 축적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추미경 ((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