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민간 단체의 축제 기획으로 우리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 사진은 안성 옛날장터 마당에서 제2의 바우덕이를 꿈꾸며 '줄타기'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박지나(안성여중3년)양.
지방자치시대 개막과 동시에 각 지역에선 지역 홍보·마케팅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축제'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현대적 지역축제 대부분이 관주도, 기획력 부족 등으로 '축제의 한계성'을 노출시키면서 오히려 “그런 축제라면 하지마”라는 지적과 함께 “그런 축제라면 다시 찾지 않을거야”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 축제도 전통성의 현대적 계승 발전이란 측면에선 마찬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우리는 에딘버러나 아비뇽 축제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내지 못할까?”.

취재팀이 각 지역의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며 그나마 성공적이고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축제를 통해 그 이유를 찾고자 한다.


#열림의 장으로 축제를 기획하라

주5일 근무제 실시 확대, 인터넷 보급 확산, 자녀들의 현장교육 등 갖가지 이유로 '축제'를 찾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틀에 박힌 체험 프로그램이나 백화점식 행사장 구성 등이 이들 가정에게 '다시는 가지말자'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3일 안성 바우덕이 축제에서 만난 주부 김장희(37·성남 분당구 구미동)씨는 “두 자녀를 위해 4년동안 전국 축제 중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축제 프로그램이 체험위주로 비슷비슷해 무엇때문에 축제를 개최하는지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나마 안성 바우덕이 축제가 올해로 세번째 여는 축제에도 불구하고 '남사당패'라는 풍물의 전통성을 되짚어볼 수 있고, 조선 최대의 장터라는 안성의 지역적 특색을 맘껏 느낄 수 있어서 “내년에도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성 바우덕이 축제(10월1~5일)는 안성지역에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은 '남사당패'라는 전통적 명맥과 안성장터란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현대적 축제다. 옛 장터를 그대로 재현한 마당에서 전국 풍물 및 사물놀이 경연이 펼쳐지고 당일당일 저녁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과 함께 행사장 구석구석에선 소·말달구지타기, 버나돌리기 등 이색체험 및 가면극 등 볼거리 등은 이채롭게 펼쳐졌다. 또 개막 첫날 열린 읍·면·동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 한국형 퍼레이드는 참가자들의 열정만 보완한다면 '이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바우덕이 축제가 5억원이란 전체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대를 비롯해 지역내 5개 대학과 남사당패 등이 주축이 돼 축제를 기획·홍보하고, 관에선 이를 그대로 수용하며 함께 축제를 꾸려나가는 합일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축제를 통해 지역 통합성을 끌어내면서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중산층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은 과천한마당축제나 청자의 본고장으로서 민·관 모두가 축제에 참여한 강진청자문화제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내 지역만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세계적인 것

진도 영등제는 바닷길이 열린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또 수원화성문화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화성과 효의 상징인 정조대왕의 능행차 연시 및 혜경궁 홍씨 회갑연을 연 화성행궁 등 격조있는 조선왕실 전통축제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다. 이와함께 구석기 유적이 발굴된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나 5일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우리나라 최대의 강릉단오제 등. 이는 지역적 특성이란 '자산'을 최대한 특화시킨 축제다.

그러나 이 축제들이 모두 성공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 이들 축제가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축제 기획력에서 한계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축제는 지역문화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 즉 다양한 지역특성을 한 장소에서 모두 보여주려는 일반적인 축제보다는 특화한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려는 점에서 성공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와함께 관 축제는 아니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춘천마임축제나 안성 죽산국제예술제 등도 지역 특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축제라 할 수 있다.

춘천마임축제는 도깨비난장, 마임이란 특화된 상품으로 젊은층에게 상당한 매력을 주고 있고, 죽산국제예술제는 전위를 테마로 한 개성이 중년여성들의 해방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괴테의 말처럼 '지역적 특화 축제상품'으로 함께 참여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춰진다면 우리 축제도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취재팀
팀장·양훈도문화부장
글=류주선·유재명·정진오기자
사진=한영호·김종택·임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