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몰리는 지역문화축제

시리즈에 등장한 축제 중에서 과거로부터 명맥을 잇고 있는 축제는 강릉단오제가 유일하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진도영등제를 비롯 연천전곡리 구석기축제, 강진청자문화제,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수원화성문화제는 지역의 특성과 역사에 근거한 전통문화축제이긴 하지만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에 반해 춘천마임축제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죽산국제예술제, 과천한마당축제는 순수 공연예술축제이다. 이 축제에서는 해외작품과 국내 우수작을 한 자리에 집중시켜 예술작품과 축제가 공유하는 본질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인파가 몰리기는 전통축제가 압도적이어서 강릉단오제가 100만명, 강진청자문화제 80만명, 진도영등제는 30만명 이상이 찾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입장료 부담 등이 있는 공연예술축제는 상대적으로 적어 과천마당극제가 13만명, 춘천마임축제 6만5천명으로 추산됐고, 전위무용가 홍신자씨가 이끄는 죽산국제예술제가 소수 장르인데다 장소의 협소 등의 요건상 참가인원이 1천여명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와 수원화성문화제는 서구형 퍼레이드를 한국형으로 변형해 본격 도입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축제의 본질이냐, 상품성이냐

현대의 축제는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상품 또는 지역알리기의 주요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다수 축제가 관의 재정 지원 없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지원의 커다란 명분이기 때문이다. 거품이 있게 마련인 축제 참가자 인원은 이 명분을 세우는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각 축제마다 주최 측은 본질에 충실할 것이냐 상품성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어중간한 지점에서 절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관 주도 축제이건 민간 주도 축제이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시리즈의 첫 편에서 지적했듯 축제의 진정성은 일상을 벗어나 삶의 신성함과 약동(제의성)을 느끼고, 때론 혼란스러움까지를 용인해주는 난장의 재미다. 그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나와 우리가 함께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배어나고 지역의 활기를 더하기 때문이다.

올 축제 프로그램 중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것을 꼽으라면 춘천마임축제의 도깨비난장일 것이다. 일탈감과 해방감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2만명이 참가해 상품성도 매우 높았다. 이 축제는 관의 간섭이 거의 없다. 민간의 창의력이 발현될 소지가 그만큼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민간 주도라도 강릉단오제는 난장이 실패한 대표적 케이스다. 연중 전국의 축제를 돌아다니는 이른바 '전국구 상인'들이 장터를 장악해 난장이 아니라 난장판을 만들어 난장의 멋을 해치고 축제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지목받았다.

최근 축제에서 가장 중시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체험'과 '참여'는 축제의 상품성과도 직결되는 부분.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와 강진청자문화제가 체험형을 내세우고 있으며 대다수 축제들이 체험과 참여의 폭을 넓히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도자기체험, 핸드프린팅, 워크숍, 민속놀이 등 체험·참여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유사한 데 있다.

'축제다운 축제'는 축제의 본질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고, 바로 그것이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와 직결된다는 것이 축제 연구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다만 주최 측의 입장에서 볼때는 지역 특성과 조건에 맞는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같은 사례를 다음 편에서 소개하고 살펴볼 예정이다.

/취재팀
팀장·양훈도문화부장
글=류주선·유재명·정진오기자
사진=한영호·김종택·임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