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축제들의 공통점

좋은 축제, 재미있는 축제, 또 가보고 싶은 축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주민들(방문객)의 능동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자연현상이든 볼거리든 체험행사 등 스스로 오게 하는 요소가 있다. 전통굿을 벌이는 강릉단오제, 신비의 바닷길과 토속문화가 어우러진 진도영등제는 풍부한 제의성으로, 춘천마임축제와 과천한마당축제는 다른 곳에서 보기힘든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했다.

다음으론 전문성있는 민간마인드를 존중한다. 민간이 주도해서 다 잘된다는 것이 아니라 적합하고 역량있는 민간을 끌어들이고 존중해 축제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춘천마임축제는 관의 간섭이 거의 없고(대신 지원도 적은 편이다),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는 최종실 중앙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민간을 대폭 수용했다. 또 전남 진도군과 강진군, 경기 연천군 등 지자체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축제들도 민간과 결합력을 높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사실상 관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쉽지 않은 결단이다. 특히 축제는 지자체의 지역홍보, 관광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인데다 단체장이 지역주민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주민을 직접 만나는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축제든 관의 입김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축제의 질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민간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국내·외 네트워크가 잘 활용돼야 하며, 특히 예술축제는 이 요인이 행사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지역색이 뚜렷한 개성적인 주제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체험형의 경우 다양하고 풍부한 참여행사가, 공연예술축제의 경우 완성도높은 작품 유치가 그것이다. 또 장소적 특성을 살린 진행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는 축제의 생명력을 뒷받침하는 관건으로 현대의 축제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지자체-주민-문화예술계가 뜻을 모아 축제를 가꿔야

잘 되려면 3박자가 척척 맞고, 안 되려면 3박자가 전부 엇나간다고 한다. 어떤 축제이건간에 지자체, 주민, 지역 문화예술계 등 3자의 지원과 조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축제 경향은 전문인이 예술감독이나 조직위에 영입된 경우가 많다. 이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세 주체의 역할이다. 예컨대 관이 지나치게 간섭하면 시민단체 등 주민들이 도와주고, 지역 기득권층이 개입하면 지자체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지자체와 지자체장은 프로그램과 행사 내용에 대한 간섭을 줄이되, 행정적 지원과 사후평가, 회계감사를 통해 축제를 바로세우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과천한마당축제를 비롯해 사무국을 재단법인화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데, 축제를 전담하는 상설기구를 둔다면 지역의 노하우를 축적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축제기구들도 지역문화축제의 특색과 개성을 보다 뚜렷하게 다듬고, 미래에도 지속될 확고한 방향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축제의 본질인 일상의 정화와 지역정체성을 높이는 창의력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자체 역량이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인력의 자문이나 제휴도 고려해볼만하다.

문화예술계의 입장에서 보면, 축제판은 작품시장의 확대이다. 올해만 봐도 극단 돌곶이를 비롯 극단 민들레, 극단 사다리, 극단 수레무대 등 몇몇 단체는 여러 축제에 중복돼 초대됐다. 아쉬운 것은 이들이 주로 서울 단체여서, 지역을 근거로 한 예술단체들이 자기 지역 축제에서도 들러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작품을 제작하고, 축제를 통해 홍보한다면 전국적 인지도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축제는 주민이 있음으로써 완성된다. 주민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지속의 의미가 없다.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유의해 이를 축제의 광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고민되고 진행된다면 미래의 축제들은 한층 신명나는 문화현장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취재팀
팀장·양훈도문화부장
글=류주선·유재명·정진오기자
사진=한영호·김종택·임열수기자